병원에 근무하던 봉직의가 사직한 이후 관할 보건소에 이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업무정지처분을 내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기관에 대한 비현실적 규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Y병원에 근무하던 한의사 A씨는 지난해 12월 입사했다가 그해 12월 27일 퇴직의사를 표명하고, 몇일 후 출근하지 않았다. 그러자 해당 보건소는 A씨가 퇴사하기 이전에 허가사항변경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1개월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Y병원이 과거에도 유사한 위반행위로 경고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자 가중처분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Y병원은 "의사가 갑작스럽게 퇴사함에 따라 관행적으로 사후에 변경신청이 이뤄졌고, 사회통렴상 퇴사 이전에 허가사항 변경 신청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여기에다 Y병원은 과거에도 수차례 이런 일이 발생했지만 그간 문제 삼지 않았다며 신뢰보호원칙에도 반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의료법에 따르면 종합병원, 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을 개설하려면 시도지사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들 의료기관은 개설 장소를 이전하거나 개설 신고 또는 허가사항 중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주요사항을 변경할 때도 마찬가지다. 주요사항에는 의료인 수도 포함된다. 이를 위반하면 경고 처분이 내려진다.
이 사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보건소의 행정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의 입퇴사와 관련해 사후에 허가신청을 하도록 하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의료인으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변경허가를 받은 후 변경해야 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 조항은 매우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지나친 규제다. 우선 봉직의들이 갑작스럽게 사표를 제출하면 병원으로서는 도저히 사전변경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이런 주요사항 변경허가를 해야 하는 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 행정청이 마음만 먹으로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왜 굳이 사전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과연 이 정도의 위법행위가 수백명이 입원해 있는 의료기관을 도산으로 몰고갈 만큼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악법은 하루 속히 폐지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