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진흥본부장을 처음 맡았을 때는 진흥원을 개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근무해보니 구성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문제는 구조적인데 있었다."
의대교수의 눈에 비친 보건산업진흥원은 어떤 조직이었을까.
지난 2년간 R&D진흥본부장을 맡고 최근 고대안암병원 교수로 돌아온 선경 교수(흉부외과)를 직접 만나 그동안 느꼈던 점에 대해 묻자 그는 이같이 답했다.
그는 "구성원은 하나같이 눈부신 스펙을 자랑했고, 업무 수행 능력이 탁월했지만 잘못된 시스템이 이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보건산업진흥원은 규모에 비해 업무가 다양하지만 해당 부서를 세분화하지 않고 진행하다보니 업무가 뒤엉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즉, 인력은 뛰어나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업무 능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선 교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각 업무별로 팀을 세분화했다"면서 "뼈대를 다시 만든 결과 직원은 40명에서 60명으로 늘었고, 팀장도 4명에서 8명으로 2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본부장으로서 방향만 잡을 뿐 R&D연구에 대한 권한은 가능한 위임함으로써 직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하면서 "아직은 R&D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늘려나가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그의 생각은 새로 맡게 된 KIST학연교수 활동에서도 그대로 반영해나갈 계획이다.
그는 "R&D연구원은 연구에 매진하고, 임상의사는 의료현장에서의 아이디어를 주고 연구 결과물에 대해 수시로 피드백을 줘야 학연교수의 취지를 살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업무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선 교수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그는 안식년 한번 없이 바쁘게 달려온 시간에 대해 잠시 돌아보며 숨 고르기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또 흉부외과 교수로서의 업무도 챙길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R&D진흥본부장직을 경험한 것에 대해 학교 혹은 병원에 환원할 부분이 있다면 언제라도 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각에선 2년간 병원 밖 세상을 구경하고 배웠으니 이를 병원에 풀어낼 것을 기대하는 시각이 있다"면서 "병원 측에서 배려해준 만큼 마땅히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