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 개최한 서울역 의료악법 규탄대회는 현 노환규 집행부의 한계를 드러냈다. 가장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게 민초 의사들의 참여를 유도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이날 비가 내렸고, 한창 진료할 시간인 오후 3시부터 집회가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참석자가 300명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은 의협 집행부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불통'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또 하나 의협이 주최한 집회에 상당수 시도의사회장, 개원의협의회장들이 불참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집회 전날 전국시도의사회장단은 의협의 자정선언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 집행부 출범 이후 시도의사회장들이 의협 집행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노 회장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때문에 10월 7일로 예정된 '제1회 한마음 전국 의사가족대회'가 반쪽짜리 행사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전국시도의사회장단은 의협이 일방통행식 행보를 계속할 경우 의사가족대회를 보이콧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협 집행부가 시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서울역 광장을 집회 장소로 선택한 것은 의료계 역사상 처음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의료계 100년 역사를 놓고 볼 때 의협은 체육관, 여의도공원, 과천 청사앞 광장 등을 집회 장소로 선택했다. 대규모 인원이 참여한다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었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실패했고, 그럴 의지도 부족했다.
하지만 현 의협 집행부는 과감히 서울역 광장을 집회 장소로 선택해 의료계의 현실을 알리고,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해 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의협이 내부적으로는 소통을, 외부적으로는 공감 행보를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