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부터 국회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보건복지부를 시작으로, 식약청,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등 모두 21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에 들어간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을 감시하는 것으로, 입법 기능과 함께 가장 중요한 기능에 속한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통해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엄중히 평가하고, 잘못을 개선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이런 순기능만 있는 게 아니다. 특히 보건복지위 국감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의료에 대한 이해도, 깊이도 없이 의료계 때리기에만 골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병의원의 본인부담금 과다청구는 몇년 전부터 국감 단골이다. 본인부담금 과다청구란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에서 정한 본인부담금 외에 진료비를 추가로 받는 것을 의미한다. 심평원은 환자들이 진료비 확인 민원을 내면 임의비급여 진료비 여부를 확인한 후 의료기관에 환불 통보하게 된다.
최근 민주통합당 최동익 의원은 심평원 자료를 토대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진료비 확인 민원이 9만 3393건이며, 이중 43.5%인 4만 650건이 과다청구에 해당하고, 그 금액이 총 156억원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이런 보도자료가 쏟아지고 있다.
의원들은 심평원에 요청한 자료 중 언론이 좋아할만한 기사꺼리를 찾아내 제공하고, 많은 언론들이 다뤄주면 그만이다. 왜 진료비 과다청구가 발생하는지 관심도 없다. 의료기관들이 선량한 환자들 진료비나 도둑질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되는 것 따위는 상관하지 않는다. 보험급여가 되는 진료비를 의료기관이 비급여로 받았다고 치자. 그러면 환자에게 해당 진료비를 환불해주고 심평원에 다시 청구하면 진료비를 인정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리도 없다. 왜 의료기관들이 환수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임의비급여를 하는지 이들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또다른 의원은 슈퍼 박테리아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의료기관별 신고건수를 공개하는데 급급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대형병원들이 진료비 이의신청을 많이 하는 이유가 직원들에게 인사고가를 주기 때문이라고 자랑스럽게 떠든 의원도 있었다. 국회 교육과학위원회에서는 서울의대가 명성에 비해 국시 합격률이 낮다고 질책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런 실력도, 노력도 하지 않는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올해 국감에서는 이런 의원들이 없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