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불산 누출, 신종플루, 사스(SARS) 보다 더 강력한 고위험 병원체에 감염됐을 때 현재의 병원 진료체계에서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어떤 대책을 세워야할까.
5일 질병관리본부와 공중보건위기대응사업단 공동주최로 열린 '고위험 병원체 감염환자의 진료체계 구축방안'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발표자들은 현재 해외 여행객의 급증, 북한의 생물테러 등 고위험 병원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며, 이에 대비한 교육 및 훈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병원에서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는 것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운영비 지원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또한 과거 신종플루를 겪은 의료진들은 비상사태에서 언론 홍보를 통해 국민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날 패널토의에 참여한 신촌세브란스병원 최준용 교수(감염내과)는 "얼마 전 모의훈련을 실시해보니 감염관리의 허점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면서 "주기적으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환기시켰다.
질병관리본부 공중보건위기대응과 손현진 연구관은 "결국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훈련된 인력이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고대 생명과학대학 김찬화 교수는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어도 위기상황 대처법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을 받은 인력이 없으면 무의미하다"고 거들었다.
연대 원주의대 안성복 교수(예방의학교실)는 "형식적인 교육이나 훈련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실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모의환자를 대상으로 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패널토론에 참석한 이들은 병원 내 격리시설에 건축 및 시공, 감리 단계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대로된 시설이 아니면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없고, 또 시설을 제대로 갖췄더라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시설구축 뿐만 아니라 운영비 지원도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아주대 건축학과 권순정 교수는 "지역거점병원의 경우 격리시설에 대한 운영비 지원이 없다보니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 유천권 생물안전평가과장은 "격리시설은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각 단계별 격리시설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자 중 과거 신종플루 등 국가적 위기상황을 경험했던 의료진들은 무엇보다 대국민 홍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고대병원 김우주 교수(감염내과)는 "사스, 신종플루 때 대형병원이 감염 환자를 진료한다는 소문에 해당 병원에 대한 진료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등 국민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다"면서 "대국민 홍보도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