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귀를 닫은 채 묵묵히 진료현장을 지키던 전공의들이 잇따라 봉기하고 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분노의 표출이다.
이들은 파업과 사표를 불사하며 병원을 압박하고 있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힘을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조선대병원에 따르면 최근 이 병원 산부인과, 비뇨기과 전공의 10여명이 집단 사표를 제출하고 진료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출산 휴가와 전문의 시험 준비로 인력이 감소하면서 과중한 업무를 떠안게 됐고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사표를 던졌다.
앞서 인하대병원 전공의들은 과도한 당직 스케줄과 비현실적인 당직비에 불만을 가지고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인하대병원 전공의협의회는 법정 최저임금인 4580원에 야간 가산 1.5배를 계산해 15시간을 일한 만큼 최소 10만 3050원을 병원에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달 내내 당직에 시달리는 저연차 전공의와 인턴은 당직비 지급 최대 일수인 15일 규정에서 제외해 당직 일수에 맞춰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역 전공의들이 힘을 모아 투쟁에 나서고 있다. 부산과 대구가 대표적인 경우다.
부산, 대구지역 전공의들은 최근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며 투쟁 돌입을 선언했다. 올바른 수련환경 조성을 위해 단체행동을 불사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처럼 전공의들이 줄이어 의견을 표출하고 나선 것은 대한의사협회의 대정부 투쟁과 무관하지 않다.
노환규 회장이 전공의들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며 투쟁을 독려하고 나선 것은 분명 전공의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비합리적인 대우와 환경을 스스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한 지지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일부에서는 배후론까지 제기되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전협 홈페이지에는 최근 전공의들의 단체 행동에 대한 배후를 지목하는 글이 게재됐다.
현재 한 의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공의 선배가 원고를 작성하고 일부 대표들에게 서명을 강요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외부 압박이 있었다는 글이다.
이 전공의는 "파업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일부 대표들끼리 결정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모든 사람들이 그 성명서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전공의협의회는 다소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이로 인해 서둘러 사태파악에 나서며 전공의들의 마음을 다잡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경문배 회장은 "전공의들 사이에서 내부분열을 조장하고 어떠한 행동을 압박하는 사례에 대한 지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수련환경 개선은 현실적인 방법과 진정성 있는 투쟁을 통해 가능한 것"이라며 "전공의협의회는 이 점을 명심하고 중심을 잡으며 묵묵히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