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급여항목을 정리하는 것도 벅찬 상황에서 당장 비급여항목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은 무리다."
11일 복지부, 심평원, 소비자원 공동 주최로 열린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운영 관련 회의에 참석한 병원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심평원 측이 오는 28일, 비급여 진료비용을 심평원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회의 주제는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 방법 지침 개정 및 가격공개 방안.
당초 단순히 비급여 고지방안에 대한 설명회로 생각하고 참석했던 병원 관계자들은 심평원의 발표에 난색을 표하며 질문을 쏟아냈다.
앞서 정부는 환자들에게 비급여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말까지 44개 상급종합병원의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접한 바 없는 병원 관계자들은 갑작스러운 비급여 고시 계획에 불만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당장 일주일 후에 비급여 자료를 제출해야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비급여 고지 시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날 심평원 관계자는 44개 상급종합병원의 비급여 비용을 이달 28일까지 심평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내년 1월에는 한국소비자원에도 동일한 자료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각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들에게 이달 18일까지 비급여 변경내역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비급여 고지는 상급병실료 차액, 초음파진단료, PET진단료, 캡슐내시경 검사료, 교육상담료, 제증명수수료 등 6개 항목을 중심으로 세부항목 30개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예를 들어 상급병실료 차액은 일반병실과 정신과 폐쇄병동으로 구분해서 정리해야하고, 또 특실, 1인실, 2인실, 3인실, 4인실, 5인실에 대해 별도로 고지해야한다.
PET진단료 또한 적응증별 비급여 적용항목과 급여고시항목에 따라 분류해야하고 전신, 전신+추가촬영, 토르소, 토르소+추가촬영, 뇌, 심근, 부분 등 7개 세부 항목별로 비급여 비용을 정리해야하는 식이다.
이를 두고 A대학병원 관계자는 "비급여 비용 변경사항을 혼자 다 정리해야 하는데 오는 18일까지 마무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했는데 큰 짐을 맡게 돼 당황스럽다"라고 털어놨다.
또한 일부는 심평원 홈페이지에 각 병원별 비급여 비용을 고지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표출하기도 했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앞서 소비자원이 발표한 비급여 비용자료가 실제 병원 자료와 달라 환자 민원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면서 "이와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병원 관계자들의 우려가 쏟아지자 심평원 측은 의견을 수렴해 오는 18일까지 제출하기로 했던 비급여 비용자료 제출일을 수정해 열흘 늦추기로 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비급여 내역을 심평원에 고지하는 것은 앞서 계속해서 밝혔던 내용이지만, 병원 관계자들의 우려가 크다보니 이달 28일까지 자료를 받기로 했다"면서 "심평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일정도 다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