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동일효능 의약품 처방으로 한 해 260억원의 건보재정이 낭비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논란이 예상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정책연구소(소장 김윤)는 28일 처방약제의 적정사용을 도모하기 위해 동일효능(약효) 군의 치료기간 중복 현황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2011년 한 해 동안 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두 번 이상 발급받은 환자 10%를 무작위 추출한 분석 결과다.
이에 따르면, 동일효능군 의약품이 중복 처방된 사례는 전체 처방건(18억건)의 0.9%이며, 이 중 4일 이상 처방기간 중복 건은 전체 처방 건의 0.2%로 나타났다.
심평원은 처방기간이 중복된 동일효능군(ATC 4단계) 의약품의 처방전 중 처방기간이 4일 이상 중복된 의약품을 중복처방 의약품으로 내부 정의했다.
처방기간 중복은 환자가 한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처방전 기간 중 다른 의료기관을 내원해 동일효능군을 처방받은 것을 의미한다.
심평원은 4일 이상 중복처방 건수를 전체 환자로 추계하면, 연간 약 390만건으로 중복처방 의약품이 미사용 된다고 가정하면 대략 260억원(전체 약품비 0.3% 해당)이 낭비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 건보 환자에 비해 중복처방 비율이 높아 전체 처방 건의 미사용 가능 의약품은 0.6%를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의약품처방조제지원서비스(DUR)은 처방전간 동일투여 경로의 동일성분 중복처방을 점검해 같은 성분이 중복될 때 팝업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올해 1월부터 해열진통소염제 62개 성분은 약효가 유사한 동일효능군의 중복처방도 점검대상으로 적용하고 있다.
동일효능군 중복처방을 발생시킨 처방전 분석결과, 동일한 질환의 치료 목적은 12.9%에 불과했으며, 다른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경우가 87.1%를 차지했다.
심평원은 동일질환의 처방기간이 중복된 의약품은 복용하지 않고 버려질 가능성 높아 건보 재정 낭비와 환경오염 등을, 다른 질환 치료목적으로 한 경우에는 과다복용으로 인한 위험 등을 지적했다.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중복처방된 의약품의 51%는 위장관 운동개선제와 히스타민(H2) 수용체 차단제, 위궤양 및 위식도 역류질환 약제 등이 차지했다.
심평원 측은 소화기관용약제의 경우 의협의 권장지침(2003년)에도 임상적 근거가 낮다고 되어 있다면서 중복투약으로 인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환자와 의사의 주의를 당부했다.
연구조정실 관계자는 "이번 연구결과는 심평원 내부 연구과제로 정책과 연결된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고 "임상근거가 불확실한 의약품 남용은 건강악화 및 건강보험 재정 누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상이한 치료 목적인 의사의 약제 처방을 부정적 이미지인 중복처방으로 확대해석한 심평원 연구결과의 의도를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