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병원들은 규모를 불문하고 간호 인력확보 전쟁 중이다.
규모가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간호인력을 두고 서로 뺏고 뺏기는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모 대학병원장은 인근 대학병원이 증축을 앞두고 신규 인력 채용에 나서자 해당 병원장에게 자신의 병원 출신 간호인력 채용에 신중해 줄 것을 부탁하는 일이 있었다.
중소병원은 말할 것도 없다. 위 사례를 접한 모 중소병원장은 "잘 나간다는 대학병원도 간호인력 때문에 걱정할 정도인데 중소병원의 상황은 어떻겠느냐. 인력난이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최근 대형병원의 신축 혹은 증축이 잇따르면서 그 인근 중소병원은 물론 대형병원과 경쟁하는 다른 대형병원의 간호인력의 이동도 많았다.
모 중소병원장은 "이제는 주변에 병원급 의료기관이 들어선다는 소식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할 정도"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사실 이처럼 각 병원이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의료산업을 키우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병원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쩐지 주객이 전도된 기분이다.
모 중소병원장은 "간호사를 채용함으로써 의료서비스의 질이 얼마나 향상되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간호등급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 간호사를 채용한다"고 했다.
병원들이 간호 서비스를 고려하기 보다는 간호등급제 기준에 맞춰서 인력을 채우고 있는 게 얘기다.
이 중소병원장의 한마디에는 본질보다는 형식을 맞추기에 급급한 병원계 현실이 그대로 담겨있다.
의료산업이 국가전력산업이 되려면 형식이 아닌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정책이 우선돼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