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근 불가원. 너무 가까워도 안되고 너무 멀어도 안된다는 말이다.
흔히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쓰이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관계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돈독한' 거리.
하지만 이 두 기관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서로 멀어지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아 안타깝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초부터 쇄신위원회라는 것을 구성해 '실천적 건강복지 플랜'을 만들었다. 건강보험 부과체계부터 급여체계 개선안까지 총 망라한 결과물이다.
여기에는 공단이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요양급여비 청구, 심사권의 이관도 들어있다. 공단은 심평원은 공단을 거쳐서 걸러진 전문적인 심사만 담당하면 된다는 것이다.
올해는 이 플랜을 실현시키기 위한 추진단도 꾸리고, 상반기 안으로 관련 법안도 만들겠다고 한다.
공단은 김종대 이사장을 필두로 전 임직원이 쇄신위원회 보고서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심평원은 전문성을 한층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심평원도 지난해 미래전략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평가 선진화를 미래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의사결정의 중심을 비용에서 가치중심으로 이동하고, 전문성도 확장해 심사와 평가를 융합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의료자원 관리 인프라구축, 의료자원 공급관리, 환자분류체계 개선 등의 방안들도 들어갔다.
공단 관계자들을 만나면 "현재 (쇄신위원회 연구결과를)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고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단계"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럴때마다 '그럼 심평원은?'이라는 생각이 퍼뜩 든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같은 문제는 넓은 의미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급여체계 개선을 위한 업무 이관 등의 문제는 이해당사자인 심평원과 공감대를 마련할지 의문이다.
양기관 모두 앞만 보고 달려나갈 게 아니라 조금 더 가까워져서 소통을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