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한지 8개월만에 복귀했다. 의협은 지난해 5월 건정심을 탈퇴한 이후 대정부 강경노선을 걸어왔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의사들은 대정부 투쟁 과정에서 의협의 권고에 따라 두차례 토요 휴진에 동참하며 이번만큼은 의료환경이 개선되길 염원했다.
그러나 의협이 지난달 31일 건정심 복귀 명분으로 제시한 것을 보면 집행부가 얼마나 무능하고 순진한지 잘 보여준다. 의협은 우선 건정심 구조 개선을 위한 초석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박인숙 의원이 건정심 위원 구성의 불합리성을 해소하기 위해 건강보험법 재정안을 발의했고, 국회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보면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공급자와 가입자, 공익대표가 8:8:8로 황금분할하고 있는데 이 틀을 깰 경우 반발이 일 게 뻔해 국회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정심 구조 개편은 노환규 집행부가 대정부 투쟁을 시작하면서 가장 큰 명분으로 삼았던 것이고, 회원들도 의협에 지지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고 해서 이를 마치 대정부 투쟁의 성과인 양 미화시키는 것은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
의정간 대등한 파트너십이 구축됐다는 주장도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다. 노환규 회장은 취임 직후 복지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복지부 청사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젓이 언론에 광고했다. 파트너십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신뢰할 때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의미다. 상대방을 힘으로 제압하겠다는 발상으로 인해 의정 관계가 악화된 측면을 인정하지 않으면 파트너십은 요원하다.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의정간 TF가 구성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현재 논의 선상에 오른 ▲의료기관 현지조사 및 현지확인 방문, 조사 절차 개선 ▲진료비 심사, 평가제도 개선 ▲야간, 휴일 진료 불편 해소를 위한 토요 가산 확대 ▲일차의료 기능 강화를 위한 의원급 초재진료 등 수가 개선 ▲의뢰 및 회송 제도 개선 등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건정심 복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의협의 가장 큰 적은 독선이다. 회원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무조건 따라오라는 강요하고, 단기간에 이상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해 왔다. 노환규 집행부가 이런 점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더 큰 불행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