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센터를 사무장병원 형태로 운영하다 법원으로부터 700만원 벌금이 확정됐다 하더라도 사전 의견청취 없이 건강검진비 환수처분을 했다면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법원이 약식명령을 선고하면 무조건 행정처분을 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법원은 14일 C의료재단에 대한 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비 환수처분을 취소한 원심을 받아들여 공단의 상고를 기각했다.
D한방병원, D한의원, D의원을 운영중인 C의료재단은 2008년 9월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 J씨가 D의원 산하 출장건강검진센터를 개설하도록 약정을 맺었다. C의료재단은 출장검진 매출액의 10%를 챙겼다.
J씨는 약정에 따라 D의원 종합검진센터를 개설하고, 의사 등 직원 30여명을 고용한 후 이동검진버스 2대를 이용해 광주, 전남 일원에서 출장검진을 하고,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C의료재단 대표자 K씨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J씨와 공모해 종합검진센터를 개설한 혐의로 2011년 5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7백만원 약식명령을 받았고, 그대로 확정됐다.
그러자 건강보험공단은 C의료재단이 출장검진비용을 부당청구했다며 42억여원 환수 결정을 했다.
C의료재단은 이 같은 환수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광주지방법원은 2012년 1월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광주고법은 지난해 9월 1심을 뒤집었다. 환수처분을 하기 이전에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비록 C의료재단 대표자가 벌금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행정절차법에 따라 의견청취가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또 재판부는 "공단은 C의료재단이 지급받은 보험급여비용이 부당청구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출장검진비 전액을 환수할 것인지 아니면 일부만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라도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C의료재단 대표자가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행정절차법상 의견제출 기회를 주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해당 처분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역시 원심을 그대로 인용했다.
대법원은 "건강보험공단이 환수처분을 함에 있어 C의료재단에게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이상 이 사건 처분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