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는 의료계의 과거의 다양한 모습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Back to the 의료계'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가정집을 배경으로 부부가 등장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남편은 속이 더부룩하다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그 옆의 아내는 걱정되는 모습으로 남편을 바라본다. 하지만 아내는 불현듯 무언가를 떠올리며 좋아한다. 그리고 외친다.
"속이 더부룩할 땐 OOOOO!"
과거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의약품 광고의 패턴이다.
증상과 효능·효과, 브랜드, 그리고 End-logo로 이어지는 재미없는 스타일의 제약 광고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모하고 있다.
때로는 로고송을 통해, 때로는 유행어를 만들어 의약품 고유의 개성을 광고에 담아내고 있다. 유명 연예인도 곧잘 활용된다.
그렇다면 의약품 광고 변천사를 대표하는 제품은 무엇일까.
개인마다 의견차가 있겠지만 누군가에게서 '박카스'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50년이 넘은 역사는 물론 시대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반영한 대표 의약품 광고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박카스 광고는 지난 50여년 간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했다.
1961년생인 박카스는 첫 광고 문구를 '젊음과 활력을!'로 정했다.
한국전쟁 후 건강 상태가 최악이던 국민들에게 '간을 건강하게 해주는 건강 지킴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1964년에는 '음주 전후 간 건강에 박카스 드링크'라는 문구를 선보였는데 이는 산업화 시대의 '샐러리맨' 애환을 담았다.
이 광고 이후 '박카스'의 전성기는 시작됐고 동아제약은 '박카스'라는 든든한 캐쉬가우를 얻게 된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승승장구하던 '박카스'에도 시련은 찾아왔다.
정부가 1976년 자양강장 드링크류 대중 광고를 금지를 선언한 것이다.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 후 '박카스'는 1993년까지 18년간 광고 무대에서 만날 수 없게 된다.
의약품 광고는 이 시기에 '박카스' 뿐만 아니라 역풍을 맞았다.
실제 1972년에는 결핵치료제, 호르몬제, 나병치료제, 주사제, 신경안정제 등이 대중 광고 금지 조치를 당했고, 이듬해인 1973년에는 의약품 대중광고 CM송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다.
자취를 감췄던 '박카스' 광고는 1993년 '보통사람들'이란 콘셉트으로 재등장 한다. 이후 1997년까지 '버스종점편', '환경미화원편', '노사화합편' 등 총 13편의 '새 한국인 시리즈'를 선보인다.
'그 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는 당시는 유명한 광고 카피다.
'박카스'는 1998년 외환위기 때 '젊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지킬 것은 지킨다'는 유행어를 남겼다.
2000년대 후반에는 본연의 '피로회복' 측면을 강조했다.
특히 '태안반도편'은 사회적 이슈를 제품 광고와 연결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09년 '우리는 누군가의 박카스다' 2010년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는 카피도 시대의 가치관을 반영한 광고 문구다.
업계 광고 담당 관계자는 "의약품 광고는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한 상품 광고가 아닌 시대의 가치관을 반영하며 사회적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