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과 충남대병원이 세종시 의료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세종시가 시립 의료기관 위탁운영 협약을 맺자 충남대병원이 행정도시건설청에 세종의원을 세우며 맞불을 놓은 것.
결국 서울대병원은 세종시 북부를, 충남대병원은 세종시 남부를 각각 점령하며 남북전쟁의 서막이 시작됐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시내에서 두 대학병원 교수들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경쟁이 반가울 수도 있다.
하지만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국립대병원이 서로를 비방하며 영역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전말을 돌아보면 사실 두 대학병원 보다는 세종시가 '전범'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두 대학병원이 얽혀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은 유한식 세종시장이 서울대병원 유치를 공약사항으로 내걸면서 시작됐다.
서울대병원 유치라는 업적을 위해 유 시장은 국회까지 동원해 계속해서 서울대병원을 물고 늘어졌고 결국 서울대병원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충남대병원과 경쟁에 말려들었다.
충남대병원 입장에서는 지역 거점병원으로서 서울대병원이 충청권으로 진입해 자신의 영역을 장악하는 것을 좌시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대외적으로 결국 두 대학병원은 충청권 의료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며 경쟁하는 모양새가 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세종시와 두 병원 모두 소모적인 신경전을 펼치느라 정작 중요한 타당성에 대한 논의를 뒤로 미뤄놨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세종시는 서울대병원과 충남대병원 모두 세종시에 필요한지에 대해 되돌아 봐야 한다.
서울대병원은 과연 시립병원을 맡아 대학병원급 진료를 펼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하며 충남대병원 또한 500병상 규모의 제2병원 설립이 타당한지에 대한 냉철한 자가분석이 필요하다.
국립대병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지는 공공의료의 첨병이다. 정치논리와 자존심 싸움으로 유령병원을 만든다면 그 비난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