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병원협회와 전공의협의회의 수련환경 개선 선포식이 막판까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불발됐다.
'강제성'이라는 표현에 대해 갈등이 심화되자 결국 대전협이 불참을 선언한 것.
이를 두고 양 단체는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책임 회피에 열을 올리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8일로 오후 7시로 예정돼 있던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선포식을 갑자기 취소했다.
두 단체에 따르면 이들은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을 강제 조항으로 포함하는 것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당일 행사를 취소하는 해프닝을 빚게 됐다.
그렇다면 과연 두 단체가 끝내 의견을 모으지 못한 '강제성' 조항은 무엇일까.
요약하자면 결국 수련병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수련지침을 지키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대전협은 수련지침이 마련된다 해도 병원이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의견이며, 병협은 함께 노력하자는 의미에서 마련된 지침에 강제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은 당초 취지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대전협 경문배 회장은 "지난 2008년 전공의 수련규칙 표준 권고안을 마련했지만 대부분의 수련병원에서 지켜지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아무리 좋은 제도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없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전협이 제시한 '강제화'라는 것은 법제화가 아니라 미이행시 실질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함께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함께 마련한 규정을 지키지 못하면 추가적인 논의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병원협회의 의견은 이와 다소 차이가 있다. 자율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수련환경 개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병협 관계자는 "강제화 여부는 전공의 수련환경 모니터링 평가단에서 논의할 사안이지 병협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면서 "또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함께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을 논의하자던 취지와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율적인 개선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채 이같은 강제 조항을 포힘시킬 경우 오히려 수련환경을 더욱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고 맞받았다.
두 단체가 협상 막바지에 극심한 갈등을 빚으면서 수련환경 개선 논의가 공회전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많다.
특히 두 단체가 이번 선포식 무산에 대한 책임을 미루며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를 진행하는데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병협 관계자는 "전공의 수련 개선방안을 실천에 옮기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병협을 비난하고 애써 준비한 선포식을 무산시킨 것은 책임없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대전협은 "병협이 노력할 의지조차 보여주지 않았다"며 "공동 선포식에 참여할 의미 자체가 없어졌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