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의료기기 구매 대행업체의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 항소심 법원도 관련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의료기기를 거래하면서 구매대행업체가 병원에 제공한 정보이용료를 개인이 편취하지 않는 이상 의료법이나 의료기기법으로 처벌할 근거는 없다는 게 판결 요지지만 재판부는 강하게 관련자들을 질타했다.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의료기기를 거래하면서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혐의(의료기기법 및 의료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구매 대행업체와 병원 관계자 등 13명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도 이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경희의료원 등 6개 병원은 2010년 11월부터 1년간 의료소모품 전자상거래 구매대행업체인 케어캠프로부터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약 17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정보이용료란 구매대행업체가 병원으로부터 기존 물품 구매정보나 실시간 전자상거래 정보 등 경제적 가치가 높은 정보를 제공받는 댓가로 제공한 돈을 말한다.
이지메디컴도 2억 4700여만원을 병원에 정보이용료 등의 명목으로 제공하다 적발됐다.
이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해당 병원들이 구매 대행업체로부터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하지만 개인이 이익을 편취하지 않았다"면서 "경제적 이익이 병원에 귀속된 이상 이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의료기기법 17조 2항 역시 판매업자가 판매촉진 등을 목적으로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 종사자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구매대행 업체가 병원 측에 구매대행을 통해 생긴 경제적 이익의 일부를 되돌려 줬다고 해도 이익의 귀속 주체가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 종사자가 아닌 이상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것.
다만 재판부는 정보이용료가 정당한 기업의 영업 행태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정보이용료의 정당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금액 산정이 조악할 뿐 아니라 과학적 근거도 미약하다"면서 "독점적 구매대행권을 정보이용료로 포장한 것인지 의심이 들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소지는 적잖이 있다"고 환기시켰다.
2심 재판부 역시 "법적 근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하지만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