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을 유보하라." 진보 시민단체나 민주통합당의 성명서가 아니다.
의협은 1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진주의료원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물론 병협, 약사회, 한의사회, 치과의사협회와 공동 입장표명이란 형식을 취했지만 의협이 9일 이들 단체에 성명서 초안을 돌릴 정도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성명서 내용을 보면 ▲지역의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을 최우선적으로 마련하고 ▲공공의료의 정의, 필요성, 역할에 대한 논의와 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폐업 결정을 유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은 최근 선택진료제도에 있어서도 시민단체의 뜻에 동조해 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의협이 선택진료비 폐지를 주장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파격적인 행보다.
의협 노환규 집행부는 과거 '골수 보수'에서 '진보'로 방향을 대폭 수정한 것일까.
이에 대해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협회는 국민을 위해, 회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국민이 행복해야 의사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진보는 왼쪽으로 돌아 그 길을 가는 것이고, 보수는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송 대변인은 지난 8일 노환규 회장과 함께 진주의료원을 현장 방문해 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본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그 분들도 수가가 낮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다만 재원을 국민 주머니에서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정부가 돈을 풀지 않고 있다고 인식할 뿐"이라고 밝혔다.
노환규 회장도 이와 유사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노 회장은 지난달 충북의사회 총회에 참석해 "의협과 시민단체 주장이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이제 근본적인 시각으로 (의료계를) 진단하고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수가로 인해) 국민과 의사가 함께 힘들어했고 같은 목소리로 이를 바꿨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이런 부분을 시민단체들과 말해봤는데 다들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불합리한 의료제도, 저수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 대변인은 "목표가 국민 건강권이라고 하면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의협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진보에 붙었다가, 보수에 붙었다가 하는 게 아니라 본질에 충실하다 보면 정답이 나올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좌, 우를 구분하지 않고 국민과 의사들이 잘 되는 길이라면 어느 쪽이든 기꺼이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송 대변인은 "협회의 행보는 전략적이라기보다 목표와 지향점이 분명한 원칙적인 것"이라면서 "토요가산 확대를 위해 시민단체와 연대한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절대 그런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