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면허관리위원회를 설립,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서자 의료계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협, 한의협, 치협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인의 반사회적 범죄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고, 처분의 적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복지부가 제안한 게 면허관리위원회 신설이다.
복지부는 "성범죄, 살인, 사체유기 등의 중범죄에 가담한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등 행정처분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의료법상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하지 않으면 처분할 수 없고, 처분에 불복해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복지부의 면허관리위원회 설립 구상을 보면 의료인 6명, 비의료인(법조인, 시민단체 등) 4명, 정부 고위 공무원 1인 등 모두 11명이 참여하며, 행정처분권을 부여하는 한편 행정처분 기준 및 처분수위 심의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할 방침이다.
면허관리위원회 행정처분 심의 대상은 의협 등 의료인단체가 의료인의 품위 훼손행위를 적발해 행정처분을 의뢰한 것까지 포함한다.
2011년 모대학병원에서 당시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3년차였던 L씨가 이비인후과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 K씨를 강제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다.
L씨는 새벽 2시 경 미리 준비한 향정신성의약품인 '케타민'을 피해자의 수액에 투약해 K씨가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병상에 올라가 강제 추행을 시도했다.
이 사건이 보도되면서 L씨 뿐만 아니라 의료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싸늘어진 게 사실이었다.
복지부는 L씨에 대해 의료법상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함으로써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조항을 근거로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이 강제추행 이외에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을 추가 적용해 징역 2년형을 선고하고 그 판결이 확정되자 다시 면허취소처분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처럼 의료인이 진료과정에서 중범죄를 저지르면 의료법상 '품위 손상' 조항을 적용해 면허정지 1개월 처분을 할 수 있지만 의료기관 이외의 장소에서 살인 등을 한 경우 면허를 제한할 법적 장치가 없다는 게 복지부의 지적이다.
면허관리위원회를 출범해 의료인의 품위 손상 행위를 구체화하고, 처분 수위를 대폭 상향 조정하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최승만(법무법인 가교) 변호사는 15일 "의료법상 의료인의 품위손상 행위라는 개념이 추상적이어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라면서 "면허관리위원회에서 이를 좀 더 구체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면허관리위원회가 출범하면 의료기관 밖에서 중범죄에 가담한 의료인들의 행정처분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기관 이외의 장소에서 의료인이 중범죄에 가담함에 따라 의료법상 품위 손상 조항을 적용, 행정처분을 한다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한계가 있다.
의료인이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이 같은 사실이 복지부에 통보되지 않기 때문에 행정처분은 극히 일부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면허관리위원회라는 정식 기구가 출범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전담 기구에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되면 이 같은 중범죄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면허관리위원회에 처분을 의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윤리적인 일부 의료인으로 인해 의료계 전체가 매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처분이 강화되면 의료전문가집단의 권위가 한층 높아질 수 있고, 대국민 인식도 환기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복지부가 의사들의 면허를 보다 엄격히 관리하는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소지가 있고, 처분 수위 역시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의료계의 불만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면허관리위원회 신설은 이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라면서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의견 수렴을 거쳐 구체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