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전화로 환자를 진료하고 약을 처방하다가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의사 S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자신이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7년 4월 11일 개정된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의료법이 개정되기 전 '자신이 진찰한 의사'만이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문언의 표현으로 볼 때 해당 환자를 스스로 진찰한 바가 없이 진료기록만을 보거나 진찰 내용을 전해 듣기만 한 경우에는 환자에 대한 처방전 등을 발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다시 말해 처방전 발급주체를 제한한 규정이지 진찰방식의 한계나 범위를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는 방법에는 시진, 청진, 촉진, 타진 기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자신이' 진찰했다는 문언을 두고 그 중 대면진찰을 한 때만을 의미한다는 등 진찰의 내용이나 진찰 방법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새길 것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산부인과 의사인 S씨는 2006년부터 살 빼는 약을 처방받은 환자 가운데 추가 처방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전화를 걸어 처방전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직접 대면진료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해 특정 약국에 전달해 주다가 적발됐다.
S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된 바 있다.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는 않았지만 전화나 화상 등을 이용해 판단, 처방전을 발급했다면 이를 '자신이 진찰한 의사'가 아닌 자가 처방전을 발급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환자의 용태나 질환의 내용 등에 따라서는 전화 등을 통한 진찰 방법이 매우 부적절할 수도 있지만 그런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행위를 형사처벌하려면 법률에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의료법 개정 후 '직접 진찰한 의사'의 의미 역시 개정 전 조항의 '자신이 진찰한 의사'와 동일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직접'의 문언적 의미는 중간에 제3자나 매개물이 없이 바로 연결되는 관계를 뜻하므로, 문언 해석만으로 곧바로 '직접 진찰한 의사'에 전화 등으로 진찰한 의사가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해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의료법 제34조 등에서 원격의료가 허용되는 범위에 관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전화로 진찰하는 행위가 의료법상 허용되는 원격의료에 해당하는지는 위 조항에서 규율하는 것이 의료법의 체계에 더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건강보험제도의 운용을 통해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비대면진료를 허용한다거나 보험수가를 조정하는 등으로 비대면 진료의 남용을 방지할 수단도 존재하고,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 세계 각국은 원격의료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규정 개정 전후의 이 사건 조항은 어느 것이나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이 아니다"고 재확인했다.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상 전화 진찰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자신이 진찰'하거나 '직접 진찰'을 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