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알면 얘기 좀 해달라."
얼마 전 만난 A병원장의 말이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병원을 특화할 만한 전략에 대해 물었다.
그의 고민은 이랬다.
요즘 복지부가 지정한 99개 전문병원이 특성화를 내세워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고, 대학병원은 암병원을 개원하는 등 그 규모를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이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얼마 전▲암 환자 원스톱 진료 시스템 구축 ▲환자 중심의 진료 ▲최신 의료장비 도입 ▲설명간호사를 통한 친절 서비스 등 새로운 전략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대부분 다른 병원들의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다.
대학병원은 현재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규모를 확대하거나 고가의 의료장비를 계속해서 들여오고, 중소병원 또한 각자의 위치에서 환자 유치를 위한 전략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한 중소병원장은 "이제 병원장의 역할은 의사들이 환자 진료만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병원의 경쟁력을 키우고 차별화 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는 듯 하다"면서 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요즘 병원계 경쟁이 치열하다. 각 병원들은 매년 경쟁 병원을 앞지를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A병원은 얼마 전부터 교수진이 주말 진료를 시작했다. 더 나아가 평일 오전, 저녁 진료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병원들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병원장은 물론 의료진의 피로감은 더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환자 진료에 집중해야할 의료진이 병원간 경쟁에 내몰리는 병원계 현실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