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위암환자가 수술 후 정맥혈전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2.4%에 불과해 헤파린과 같은 예방적 항응고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김형호(외과), 이근욱(종양내과), 전은주(영상의학과) 교수팀은 2010년 5월에서 2011년 7월까지 위암 수술을 받은 375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 후 정맥혈전증 발생 빈도를 분석한 결과 정맥혈전증 발생환 자는 9명(2.4%)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서양에서 정맥혈전증의 예방 약제를 사용할 것을 권고할 때 통상적인 기준인 10% 빈도보다 유의하게 낮은 수치.
즉, 굳이 모든 위암 수술 환자에게 항응고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부분이다.
또한 위암 1, 2, 3기의 경우에는 정맥혈전증이 지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반면 4기 환자가 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수술 후 정맥혈전증이 10% 가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위암 진행 단계에 따라 항응고제의 예방적 사용을 달리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이는 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 후 정맥혈전증의 발생률에 대한 최초의 전향적 연구 결과로 위암 발생률이 높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대규모 연구를 시행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동아시아인 위암 환자에 대한 예방적 항응고제 사용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맥혈전증은 인체의 정맥, 특히 하지의 정맥에 피가 응고해 혈전이 생성되고 이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자칫 폐색전증(pulmonary embolism)이 발생해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실제로 서양에선 위암환자의 정맥혈전증 발생 빈도가 높아 암 수술을 받은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예방적 항응고제로 헤파린(미분획된 헤파린(unfractionated heparin) 또는 저분자 헤파린(low molecular weight heparin))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위암을 포함한 대부분의 암환자에게서 수술 후 정맥혈전증이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고 경험적으로 인식돼왔다.
특히 항응고제는 출혈 위험을 높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국내에서는 암 수술 시 헤파린을 서양만큼 흔히 사용하진 않았다.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위암환자의 정맥혈전증 발생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불필요한 항응고제 사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이근욱 교수(종양내과)는 "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 후 정맥혈전증의 발생률에 대해 전향적인 조사가 없었다"라면서 "이러한 연구가 위암이 흔히 발생하는 우리나라에서 세계에서 최초로, 대규모로 시행됐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위암 수술 후 정맥혈전증 발생률이 서양에 비해 현저히 낮은 만큼 정맥혈전증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위암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예방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