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특정 의료기기회사의 인공신장기를 사용하는 대가로 LCD 모니터 등을 리베이트로 받은 원장에게 쌍벌제를 적용, 면허정지 2개월 처분을 내렸다.
법원 역시 잘못된 리베이트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법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병원을 운영중인 김모 원장이 복지부를 상대로 청구한 의사면허자격정지 처분취소소송을 기각했다.
김 원장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인 2011년 5월 의료기기회사인 E사로부터 인공신장기용 여과필터 등을 공급받기로 하는 물품공급계약을 맺고, 인공신장기 15대를 임대했다.
E사의 인공신장기용 여과필터를 독점 사용하는 조건으로 인공신장기를 임대한 것이다.
문제는 김 원장이 E사로부터 환자용 침대 15대, 환자 TV 시청용 LCD 모니터 15대, 모니터용 거치대 15대도 함께 제공받으면서 불거졌다.
김 원장과 E사는 인공신장기 임대 및 소모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1500만원 상당의 물품을 함께 임대하되, 구체적인 사항은 갑, 을 상호 협의 아래 결정한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2012년 3월 김 원장에 대해 의료법 제23조 2(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의 취득 금지) 위반 혐의를 수사했다.
검찰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기기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한 경제적 이익 등을 받아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E사와 인공신장기용 여과필터, 혈액회로 등의 소모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대가로 LCD 모니터 등 1363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취득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검찰은 김 원장이 초범인데다가 병원에서 실제 취득한 이익이 많지 않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 수사결과 E사는 인공신장기에 사용되는 소모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의료기기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36회에 걸쳐 20개 의료기관에 2억 3천여만원 상당의 투석실 리모델링 공사 또는 TV, 컴퓨터, 환자용 침대 등의 비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검찰이 이같은 위반사실을 통보하자 지난해 6월 의사면허정지 2개월 처분을 통보했다.
반면 김 원장은 "LCD 모니터 임차 및 사용 대가는 E사에 지급하는 소모품 대금에 모두 포함돼 있어 의료법상 직무와 관련한 부당한 금품 수수에 해당하지 않고, 의료기기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김 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LCD 모니터 등의 비품에 대해서는 계약서에 품목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아 병원의 요청에 따라 1500만원 범위에서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고, TV 시청용 LCD 모니터 등이 인공신장기에 반드시 필요한 비품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또 법원은 "E사와 계약을 체결한 병원마다 제공받은 비품 내용이 제각각일 뿐 아니라 컴퓨터, 침대용 스텐드, 의료기기, 전자제품 등까지 포함된 경우도 있어 인공신장기에 반드시 소요되는 물품으로 한정해 비품 등을 공급했다고 할 수 없다"고 환기시켰다.
법원은 "E사가 이 사건 계약에서 LCD 모니터 등의 비품을 제공하기로 한 약정은 병원이 지출해야 할 금원을 의료기기 회사에 전가시켜 의료기기 채택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비품의 소유권이 E사에 있지만 인공신장기 1대당 정해진 사용 물량을 소모할 때까지 7년 이상 장기간 계약이 이뤄지는 결과 병원으로서는 시설구비 자금을 지출하지 않고, 혈액투석 수가를 이용해 비용을 상쇄함으로써 신용을 공여받는 이익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원은 "이와 같은 영업관행은 궁극적으로 수가 인상으로 연결돼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관계 법령의 입법 취지에 비춰볼 때도 규제할 필요성이 크다"고 못 박았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 사건 비품을 제공하는 것이 의료계의 만연한 관행이었다면 그러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더욱 엄격한 법 적용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