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과에서 해결하지 왜 내과로 떠넘겨." 지난해 방영된 의학드라마 '골든 타임'의 한 장면이 아니다.
2011년 6월 이같은 일이 실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발생했고, 환자는 결국 사망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서울의 P대학병원의 의료과실을 일부 인정, 그람음성균 감염으로 사망한 조모 씨의 유가족에게 6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조씨는 2011년 6월 하부요로증상과 발기부전을 호소하며 P대학병원 비뇨기과에 내원해 혈액검사, 소변검사를 받았다.
P대학병원은 혈액검사 결과 전립선특이항원 수치가 정상범위를 벗어난 5.59ng/ml로 나오자 전립선암 감별진단을 위해 생검을 통한 경직장 전립선 조직검사를 시행했다.
그러나 조직검사를 받고 퇴원한 이후 다량의 혈뇨, 혈변을 보고 어지러움증이 심해지자 P대학병원 응급실을 내원했다.
병원 의료진은 조직검사후 발생한 패혈증으로 추정하고, 중환자실로 옮겼지만 복부 통증, 고열, 어지러움 증상이 계속 나타났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면서 경미한 청색증이 발생했다.
비뇨기과 의료진은 환자의 손발이 차가워지고, 혈압이 떨어지자 감염내과, 순환기내과, 신장내과에 전과를 요청했지만 이들 과에서는 이런 요청을 거절하거나 확답을 보류했고, 이로 인해 환자가 사망하고 말았다.
사망 직후 혈액, 소변 미생물배양검사 결과 그람음성균이 검출됐다.
그러자 조 씨의 유족들은 "병원은 조직검사 과정에서 관장 여부 및 마취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감염 관리를 소홀히 해 그람음성균이 혈액으로 침투해 패혈증을 유발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족들은 "의료진은 환자의 패혈증상에 대해 경험적 항생제 요법을 적극적으로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내과로 즉시 전원할 의무도 위반했다"면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법원은 P대학병원의 과실을 50%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관장이 되지 않은 환자에게 마취를 하고,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조직검사를 하는 바람에 검사 도중 마취가 풀렸고, 재마취에 따라 검사 시간이 지연되면서 감염 가능성이 증가했으며, 검체 채취 과정에서 점막 손상을 확대시켰다"고 밝혔다.
이런 검체 채취 과정의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출혈로 인한 감염이 발생했고, 이것이 패혈증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법원은 P병원이 내과로 즉시 전원하지 않은 과실도 있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패혈증의 경우 내과적으로 응급상황에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고, 이는 중환자 치료에 충분한 경험을 가진 의료진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환자가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이후 사망하기까지 패혈증 내지 패혈 쇼크 임상 양상을 보였기 때문에 비뇨기과에서의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은 "종합병원인 P대학병원은 환자가 내과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했음에도 내과 의료진은 패혈증에 의한 질소혈증, 핍뇨 등이 진행하고 있어 처치가 필요한 상태라고 하면서도 전과 요청을 거절해 환자가 사망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