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제 사용에 따른 의식 손실과 회복의 매커니즘을 한미 의료진이 규명했다.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노규정 교수팀(구승우, 최병문, 백승혜)은 미국 미시건의대 이운철 교수팀(조지 마샤 박사)과 공동으로 전신마취한 수술 환자 48명의 뇌 정보 흐름의 방향과 양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는 케타민, 프로로폴, 세보플루란 등의 마취제 사용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전두엽에서 두정엽 방향으로의 정보 흐름이 억제되는 순간 사람의 의식도 사라진다는 공통된 변화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마취과학회 공식학술지인 '마취학'(Anesthesiology) 6월호표지를 장식해, 학문적 우수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이번 메커니즘은 특정 약물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수면제, 마취제에 의한 의식 소실의 공통된 작용 기전임을 입증했다.
또한 마취에 의해 사람 의식이 소실되고 회복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중간 과정(무의식 깊이)도 뇌 정보 흐름으로 파악할 수 있어 수술 중 돌연 각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해리성(환각성) 마취제인 케타민(ketamine)으로 전신마취한 30명, 흡입마취제인 세보플루란(sevoflurane)과 정맥마취제인 프로로폴(propofol)로 전신마취한 각 9명 등 수술 중인 환자 총 48명의 뇌파를 획득했다.
신호분석방법(표준화 기호전달 엔트로피)을 이용해 인지를 다루는 뇌 앞부분의 전두엽과 감각정보 처리를 하는 뇌 뒷부분의 두정엽의 뇌파를 분석했고, 전두엽과 두정엽 간 정보 흐름의 방향과 양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이들 마취제 모두 전두엽에서 두정엽 방향으로 정보 흐름은 전신마취로 의식을 잃는 것과 동시에 급격히 감소했지만 그 반대 방향 흐름은 일정하게 유지됨을 확인했다.
이는 전신마취로 전두엽에서 두정엽 방향으로의 정보 흐름이 억제되면 의식을 잃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노규정 교수는 "특성이 다른 마취제일지라도 전두엽에서 두정엽 방향으로의 뇌 정보 흐름을 억제함으로써 무의식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이어 "마취의 깊이 뿐 아니라 의식 소실 유무까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서 "수술 중 전신마취상태에서 의식이 갑자기 돌아오는 시점을 미리 예측해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