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은 지난 3월 약 2644㎡ 규모의 삼성유전체연구소(SGI)를 설립하고 유전체 맞춤 암치료 실현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박웅양 유전체연구소 초대 소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박 소장의 목표는 뚜렷했다. 5년 안에 모든 암환자에게 맞춤 항암치료를 실시하는 것. 이를 실현하려면 보다 많은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화하는 게 필요하다.
박 소장은 "앞으로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화해서 모든 암환자에게 맞춤치료를 실시할 계획"이라면서 "삼성서울병원에 내원한 암 환자의 임상데이터를 확보해 유전체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표준화된 치료를 추구해 왔지만 앞으로는 한발 더 나아가 개인별 맞춤 치료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직까지 유전자 정보를 통한 맞춤치료는 일주일에 10명 남짓 실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암환자로 확대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5년 후에는 암 수술을 받기 전에 환자에게 적절한 약물치료법을 찾아내고, 만약 수술이 필요한 환자라면 수술 후 그에게 적절한 항암치료 약물을 찾아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치료법을 찾기까지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고 유전자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몇가지 문제점이 해결되면 암 치료에 '맞춤치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유전자 연구를 실시하는데 삼성서울병원은 의과대학, 연구소, 기업이 합쳐진 모델로 유리한 점이 많다"면서 "일본, 미국보다 더 나은 의료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소득없이 투자해야하는 상황. 대략 암 환자 1명 당 유전자 정보를 수집하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찾는데 약 100만원이 소요된다고 할 때 환자 1000명이면 약 10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어야 한다.
박 소장은 "당장은 예산이 많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건보재정을 감안하면 훨씬 이득"이라면서 "암 환자 완치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입원기간도 짧고 약을 복용하는 기간도 짧아져 결국은 건보재정을 아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유전자 데이터를 통한 맞춤치료 실현은 앞으로 병원 수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지금은 진료수익을 연구에 쏟아붓고 있지만, 몇 년후에는 연구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진료에 필요한 의료장비를 구매하는 등 재투자 구조로 바뀔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만약 병원이 맞춤치료약을 개발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성공하면 다국적 제약사의 투자를 받을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국부창출의 의미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박 소장은 삼성서울병원의 유리한 점을 적극 활용, 수백만명에서 수천만명에 달하는 환자들의 임상정보를 분석, 데이터화한 자료를 분석해 병원 단말기와 연결해 통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그는 "삼성은 전자제품은 물론 의료장비, 병원, 아파트(거주지), 휴대폰까지 연계가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만약 삼성서울병원에 유전자 정보를 등록한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올 경우 즉각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맞춤 치료를 선보이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맞춤치료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화함으로써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면서 "이를 위해 기초의학자부터 임상연구자 심지어 삼성전자 연구원과도 연구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만의 정보를 구축하고 있지만 사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병원과 연계한다면 그만큼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보다 많은 의료기관과 연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