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의 과실로 인해 요양병원에서 입원중인 환자가 낙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병원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모 요양병원의 과실을 인정, 원고인 정모씨에게 29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보다 앞서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지난해 11월 피고 병원의 과실을 40% 인정, 원고에게 52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피고의 과실을 30%로 제한했다.
원고는 2009년 6월부터 피고 요양병원에 입원해 다발성 관절염, 퇴행성 척추염, 치매, 골다공증 등을 치료해 왔다.
그러던 중 원고는 2011년 3월 오후 10시 경 화장실에 가기 위해 침상에서 내려오다가 넘어졌고, 병원 간호사가 이 소리를 듣고 달려와 간병인과 함께 원고를 침상에 앉혔다.
이로 인해 원고는 대학병원으로 전원해 대퇴부 골절에 대해 금속고정술을 받고 퇴원했다.
그러자 원고는 "간병인들이 거동이 불편하고 치매 증상이 있는 환자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돌볼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원고는 "피고 병원은 거동이 불편한 입원환자들의 일상생활을 보조하고, 간병인으로 하여금 간병업무를 이행하게 했으므로 간병인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고법도 간병인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환자에 대한 관찰의무를 소홀히 해 혼자 이동하려고 하는 것을 발견하거나 원고를 부축하는 등의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환기시켰다.
그러나 재판부는 "통상 1인의 간호사가 다수의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현실을 감안할 때 간호사에게 진료에 부수되는 간호 내지 주기적인 환자 관찰 의무를 넘어서 계속적인 관찰 의무와 그에 따른 거동 보조 등의 의무까지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간병인의 업무가 요양병원의 의료계약상 채무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피고 병원 각 병실에 배치돼 간병업무를 수행했던 간병인을 피고의 이행보조자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피고 병원은 간병료를 진료비에 포함시켜 환자에게 청구했고, 환자와 간병인 사이에 간병계약을 체결하는 등 별도의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환자들과 병원은 의료계약 뿐만 아니라 간병서비스 계약까지 체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 사건 사고가 간병인의 과실로 발생했기 때문에 피고는 그 이행보조자의 지위에 있는 간병인의 과실로 인해 환자가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