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개최한 워크숍에서 의료기기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한 향후 의료기기 정책 추진방향을 설명했다.
이날 식약처가 밝힌 정책들은 의료기기 품목분류에서부터 인허가 개선, 부작용 보고 활성화, 품질책임자 지정제 도입, GMP 심사체계 및 광고사전심의 개선 등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중 몇몇 정책들을 살펴보면, 식약처는 위해도가 낮은 의료기기 허가를 민간에 위탁해 정부와 민간이 허가를 분담ㆍ인증하는 '민간인증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현행 1등급부터 4등급까지 모든 의료기기 허가를 식약처가 전담하면서 야기되는 허가 병목을 개선하고 고위험군 의료기기에 행정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의료기기법 개정을 추진해 1ㆍ2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에 위탁해 오는 2014년 6월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2007년 도입된 의료기기 광고사전심의제도 역시 개선방안이 마련됐다.
의료기기 광고위반 사례 중 판매업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오는 10월부터 판매업자가 해당 의료기기 제조ㆍ수입업자에게 광고내용을 사전에 동의 받도록 의무화한 것.
특히 식약처가 발표한 정책 중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2014년 6월부터 임상시험자료 제출 대상 의료기기를 별도 지정ㆍ관리하는 '임상시험 기반 허가심사 체계 전환'이 아닐까 싶다.
쉽게 말해 앞으로 별도 지정된 고위험군 3ㆍ4등급 의료기기는 허가를 받기 위해 임상시험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한다는 말이다.
이 같은 정책 추진은 선진국 수준으로 의료기기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검증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미국ㆍ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임상시험자료 제출 의무화 품목을 지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기존 제품과 동등한 경우 임상시험자료 제출을 면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고위험군 의료기기 허가 때 엄격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은 물론 인종 차이에 따른 안전성 및 유효성 확보도 필요성으로 제기됐다.
여기에 국제분쟁 및 기업의 R&D 투자 기피 등 도덕적 해이 문제도 식약처가 임상시험자료 제출을 추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앞서 식약처는 '임상시험 의무화 대상 의료기기 지정제 도입'을 위한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제도 도입을 준비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국내 의료기기제조업체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고 있다.
영세한 국내 업체들이 현실적으로 최소 1억원이 넘는 임상시험 비용을 감당하기엔 한계성이 있고, 그렇다고 임상시험 전문 인력도 부재한 상태에서 임상대행기관(CRO)에 의뢰하는 것 역시 큰 비용부담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국내 중소의료기기업체 중 허가를 받기 위해 비용부담이 큰 임상시험을 품목별로 진행할 수 있는 곳이 과연 몇 곳이냐 되겠느냐"며 "결국 임상시험 관련 풍부한 전문 인력과 임상자료를 갖고 있는 다국적기업들만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업체들은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있는데 식약처가 너무 성급하게 밀어붙이기식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식약처가 의료기기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강화하면서도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적ㆍ정책적 배려가 담긴 제도 시행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