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인 나도 휴가 일수가 연 14일이 채 안된다. 그게 일선 병원의 현실이다."
얼마 전 만난 모 대학병원 교수는 최근 검토되고 있는 전공의 연 14일 휴가 의무화 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방안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대해 적극 찬성하지만 현재 상당수 대학병원의 현실이 전공의에게 충분한 휴가를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특히 그는 전공의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휴가를 연 14일 이상 마음놓고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공의 14일 휴가 의무화는 현실과 동떨어진 뜬구름 잡는 얘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대외적으로는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도 병원 내부에선 좀처럼 바뀔 기미가 안보인다.
수십년간 값싼 노동력으로 인건비를 줄여온 수련병원들 입장에서도 선뜻 수용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더 질높은 의료서비스를 위해서라도 수련병원들은 변화를 받아들여야한다.
개인적으로 전공의 수련실태 개선에 대해 거론할 때마다 얼마 전 만난 모 전공의가 떠오른다.
그는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만 휴가를 쓰겠다고 얘기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결국 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 전공의는 "부모님 같은 존재였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날 마침 할머니 환자가 오셨는데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혼자 눈물을 훔쳤다"면서 울먹였다.
과연 이 전공의는 이날 진료에 집중할 수 있었을까.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의 장례식도 참석할 수 없던 그가 환자와 공감대를 나누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이 시점에서 수련병원들이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