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대병원 대외정책실 주최로 열린 병원의료정책포럼에선 응급실 근무 간호사들의 고충이 새삼 이슈로 떠올랐다.
이날 포럼은 복지부 응급의료과 현수협 과장이 응급의료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하지만 복지부의 응급의료정책에 대한 과제를 제시하기 보다는 수년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응급실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성토하는 장이 됐다.
서울대병원 곽영호 교수(응급의학과)는 "응급실 근무 간호사들의 고충이 크다. 그에 비해 인센티브는 없다. '응급실에 배치받으면 귀양살이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라면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적어도 간호사들이 응급실에 배치되는 것을 한직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응급실 의료진은 "응급실 전문 간호사 중에는 자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일하지만 자신들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아쉬워한다"면서 "이들에 대한 인센티브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대병원 응급실 최희강 간호팀장은 응급실 간호사의 사직률이 40%에 달한다며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연차가 꽤 되는 간호사를 응급실로 배치하면 사직하거나 휴직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일반 병동 간호사들은 간호등급제가 시행되면서 간호사 1명이 환자 10명 정도 관리하는데 반해 응급실은 간호사 1명이 20명, 많을 때는 30명까지 맡아야 하는 실정이다.
그는 "특히 동네의원이 문을 닫는 주말에 소아응급실은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당직 서는 간호사 3명이 환자 70명을 봐야한다. 인력충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간호사는 "응급전문간호사가 있지만 의료현장에서 활용이 안되고 있다. 이들을 활용하면 전문의와 호흡을 맞춰 코디네이션 역할을 할 수 있을텐데 아쉽다"면서 전문간호사제 활성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선 응급실 간호사는 별도의 간호등급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곽영호 교수는 "응급실 별도의 간호등급제를 마련하려면 간호사의 근무량을 수치로 환산하는 게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면서 "앞서도 환자 중증도를 반영할 것인가, 환자 수를 반영할 것인가를 두고 이견이 엇갈려 결국 무산됐는데 두가지 모두를 감안한 등급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현수엽 과장은 "실제로 지방에 있는 병원들 중에는 연차가 높아 인건비가 많이 나가는 (흔히 퇴직했으면 좋겠다 싶은) 간호사를 응급실로 배치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면서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의 외상센터에서 인턴십을 할 당시에 응급실에서 역할이 많은 간호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하면서 "응급실 간호사의 역할이 커지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아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