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부인과 영역 수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은 '단일절개' 복강경 수술을 임신 중 시행해도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연구결과로 학계 주목을 받고 있다.
단일절개 복강경 수술은 배꼽부위에 하나의 절개창만을 내는 방식으로, 3-4개의 구멍을 내는 기존 복강경 수술에 비해 미용적으로 우수하고 수술 합병증을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서창석, 이정렬 교수팀은 난소·난관의 종양, 난소꼬임, 병합 임신 등으로 수술이 필요한 산모 14명에게 단일절개 복강경 수술을 시행, 그 결과를 발표했다.
'단일절개' 복강경 수술은 수술 시간, 수술 중이나 이후의 합병증, 출혈량, 수술 후 통증 및 상처 정도에 있어 기존의 여러 개의 구멍을 뚫고 시행하는 복강경 수술에서 보이는 결과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절개 복강경 수술은 절개 부위의 최소화로 인해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장기나 혈관 부위의 부상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흉터가 눈에 띄지 않아 미용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또한 임신으로 인해 자궁이 커진 상태에서 배꼽을 통해서 접근하는 방법은, 수술 중 자궁의 움직임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앞서 난소 및 난관 질환의 수술에 있어서 단일절개 복강경 수술의 안정성과 효용성에 대해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임신 중인 환자에게 이를 적용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보고된 바가 없었다.
임신 중 시행되는 수술의 경우에는 자궁 안의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빠르고 정확한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임신 중의 단일절개 복강경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서창석, 이정렬 교수팀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약 800여건의 단일절개 복강경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본 연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임산부에 있어서 단일절개 복강경 수술은 단순히 수술 상처를 작게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술로 인한 통증을 경감시키고 절개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산모와 태아의 생리적, 감정적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난소와 난관의 종양은 임신 중인 여성이 부인과 수술을 받게 되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임신 여성 100명 중 2명의 빈도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임신 중 난소, 난관의 종양은 대게 기능성 물혹으로 임신 2분기에 90% 정도 소실돼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크기가 크고 자연적으로 소실되지 않는 물혹의 경우에는 난관의 꼬임이나 파열, 복강 내 출혈 등을 발생시킬 수 있어 수술을 해야한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과 같은 보조생식술로 인한 임신이 늘어나면서 임신 중 수술 빈도도 증가하는 추세다.
자궁과 난관에 동시에 임신이 되는 자궁내외 병합임신의 경우에는 자연임신에서는 약 8000~3만여명 중 한 명 꼴로 비교적 드물게 나타나는 반면, 시험관 시술을 통한 임신에서는 약 100명 중의 한 명으로 그 빈도가 매우 증가되어 보고되고 있다.
이정렬 교수는 "이러한 병합 임신의 경우에는 자궁 내 임신을 유지시키기 위해 최대한 빠르고 덜 침습적인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때 단일절개 복강경 수술이 좋은 치료법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향후 임산부에서도 기존의 개복이나 고식적 복강경 수술 보다 단일절개 복강경 수술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해외 저명 학술지인 '최소침습부인과저널(Journal of Minimally Invasive Gynecology)' 온라인판에 발표됐으며 조만간 출판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