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현 보건산업진흥원 R&D진흥본부장. 그가 고대의료원 선경 교수에 이어 두번째 의사 출신 본부장직을 맡은 지 1년이 지났다. 서울대병원 기획부실장부터 기획조정실장까지 병원 경영 실무에 잔뼈가 굵은 그는 국내 의료R&D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까. 그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그는 먼저 "의료산업화 즉 의료 R&D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지만 실상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없다"면서 현재 국내 R&D연구의 현실을 지적했다.
첫째, 정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둘째, 각 분야 전문가를 융합해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도 없고 셋째, 의료진의 참여도 적극적이지 않다는 게 그의 평가다.
그는 "정부는 의료 R&D 연구를 통해 국부 창출을 하고 싶은 욕심은 많지만 막상 전체 R&D예산 17조원 중 보건산업진흥원에 할당된 예산은 3천억원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R&D연구 예산을 정부 부처별로 나누는 구조가 아닌, 헤드쿼터 그룹을 두고 통합해 진행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예산 이외에도 시스템과 전문인력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제대로 틀을 마련하려면 적어도 복지부에 R&D분야 전문 부서가 있어야한다"면서 "복지부가 복지정책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진료만 우선하는 병원 분위기에선 R&D가 발전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서울대병원 등 소위 빅5병원에서도 당장 진료에 바빠 연구에 집중할 의료진이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들어 대형병원들도 진료비 경쟁에 나서면서 연구에 재투자할 여력이 되는 병원이 없다"면서 "결국 의료진이 진료에 쫒기다 보니 연구성과를 낼 여력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연구중심병원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연구자에 대한 세제 혜택, 연구기금을 연구소에 투자할 수 있는 자율성 등을 줘야한다"면서 "일단은 큰 돈을 투자하지 않고도 이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선 의사에게 연구비를 주는 게 연구중심병원이라고 착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의사 혼자하는 게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연구하는 시드머니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