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끊어지지 않는 악습 '어레인지'|
2014년도 전공의 모집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악습으로 여겨지는 일명
'어레인지' 현상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기 전문과목을 중심으로 원서 접수 전 학과장 등 교수들과 인턴들이 미리
의견을 맞춰 사실상 합격을 보장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것.
대형병원중 하나인 A병원의 한 인턴은 13일 "아직 원서접수가 한달여 남았지만 이미
일부 인기 과목들은 어레인지가 끝난 상황"이라며 "나도 재활의학과를 전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시 성적도 그렇고 인턴 때 평가도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라 전공의 시험만 엉망으로 보지 않는다면 큰 무리없이 들어갈 것으로 본다"며 "대부분 어레인지가 끝난 인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같은 현상은 대다수 수련병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교수가 직접 일부 인턴을 지명하는 사례도 있었다.
B대학병원의 인턴은 "사실 지금 정도 되면 누가 어느 과에 지원할지 대부분 정리가 된 상태"라며 "일부 과목은 교수가 직접 인턴에게 '내 밑으로 와라'고 지명해 나머지는 아예 그 과에 지원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속칭
내부턴이라고 하는데 모교 출신 인턴들은 알아서
경쟁률을 1대 1 이상 넘기지 않는다"며 "어짜피 성적을 서로 알고 있고 아예 픽스된 인턴도 있다는 걸 알면서 경쟁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전공의 시험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이미 내부적으로 조율이 끝난 상태에서는 시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뼈 있는 농담이다.
A병원의 인턴은 "일각의 얘기지만 내부적으로 저 인턴은
시험지에 이름만 쓰면 합격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일부에서는 경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 또한 금방 정리가 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같은 관행은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악습이라는 점에서 개선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2012년 한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 선발에서 탈락한 인턴이 이같은 문제를 공론화시키면서 의료계를 뜨겁게 달군 적도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어레인지 관행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혹시 모를
불이익을 우려해 문제 제기를 망설인다는 점에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쉽지 않다"며 "대전협 차원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수련병원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악습이 청산된지 오래며 단순한 의견 타진일 뿐 당락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B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은 "일부 교수들이 인턴의 적성과 성적에 맞춰 지원을 권유할 수는 있겠지만 합격을 보장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얘기"라며 "엄연히
전형 요소가 있고 계량화되어 채점되는데 학과장이 아니라 원장이라도 이를 뒤짚을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