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신과학회가 최근 DSM-IV-TR을 대체하는 정신질환 진단과 통계 편람 개정판 즉, DSM-5를 최근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00년에 발표한 DSM-IV 이후 12년 만의 성과로 전세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이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신경정신의학회는 오는 18일~19일까지 열리는 이번 추계학술대회에서 DSM-5와 관련 세션을 대거 마련했다. 이민수 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을 직접 만나 DSM-5가 DSM-IV와 어떻게 달라졌으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들어봤다.
이민수 이사장(고대안암병원)은 이번에 미국정신과학회가 발표한 개정판은 그동안의 갑론을박 논란이 됐던 많은 부분을 정리한 것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개정판의 명칭변경 △접근방식의 변화 △다축체계의 폐기 △ICD진단체계와의 조화 △발달 및 생애 주기의 고려 등 크게 5가지로 나눠 의미를 부여했다.
"가장 큰 변화는 로마숫자를 사용했던 명칭을 아라비아 숫자로 바꿨다는 점이다. 별개 아닌 것 같아보여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로마숫자는 변화를 줄 수 없지만 아라비아 숫자는 변화를 허용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
가령 DSM-5.1, DSM-5.2 등과 같은 형식으로 개정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그는 국제질병분류체계 ICD와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던 DSM체계가 이번 개정판에선 조화를 꾀했다는 점도 상당한 의미라고 했다.
"ICD진단체계와 조화는 필수적이다. 정신질환 분류체계가 ICD, DSM 2가지이다보니 통계수집이나 임상시험 설계에서 혼란이 있었다. 또 다국가 임상결과를 재현하는 것도 동일한 환자 집단을 판별할 때에도 2가지 분류체계가 충돌하는 일이 많았다."
그는 DSM가 ICD진단체계와 조화를 이룬 것은 정치계에선 야당과 여당이 합쳐진 것과 같은 큰 변화라고 봤다.
이민수 이사장은 정신질환에 접근하는 방식이 변화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기존 DSM체계가 범주적 접근을 했다면 개정판에선 차원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
"과거에는 다양한 정신질환을 별개의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개정판에서는 환자가 주 진단의 진단기준에 해당하지 않은 증상을 호소할 경우에도 이를 무시하지 않는다. 또 전에는 정신질환의 유무만 판단하는 데 그쳤지만 개정판에선 증상의 심각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는 이와 함께 일반인 집단에서 정신질환을 스크리닝 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을 제공하는 것도 접근방식의 변화라고 꼽았다.
과거 DSM-IV-TR에서 사용했던 다축체계(Axis I~V)를 폐기하면서 과거 정신질환은 신체적, 생물학적 요인 및 일반적 의학적 상태와 무관하다는 잘못된 견해를 조장할 수 있다는 논란을 잠재웠다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큰 변화는 진단순서에 인간의 발단 단계를 고려해 반영했다는 점이다. 즉, 유소아기를 첫 부분에 배치하고 청소년기 및 초기성인기, 성인기 및 노년기로 순서로 정신질환을 정리했다. 이는 의사가 진단을 할 때 환자의 생애주기 정보를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에 대해 신경정신의학회 박용천 학술이사는 "이미 세계적으로 DSM이 대세가 된 만큼 가능한 빨리 받아들여 한국의 연구결과를 해외에 알렸으면 한다"면서 "이번 학술대회에서 마련한 DSM세션이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