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2위 경제대국 한국이 진공채혈관 하나를 국산화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나. 제약업계 40년 자존심으로 의료기기사업에 뛰어들었다."
내년에 설립 40주년을 맞는 국내 중견제약사 '한국파마' 창업주 박재돈 회장은 자회사 '소야그린텍'을 통해 다국적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진공채혈관시장에 과감한 도전장을 던졌다.
연간 5억개 이상이 소비되고, 종류만 30가지에 달하는 진공채혈관은 벡톤디킨슨(BD) 등 다국적기업이 국내시장 95%를 점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5%를 소야그린텍과 중국 업체가 양분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진공채혈관 국산화는 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3년 전부터 자체 기술로 개발에 들어가 올해 완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박 회장이지만 진공채혈관 개발 초기에는 사업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해보여도 진공채혈관 개발에는 상당한 기술노하우가 필요했기 때문.
진공채혈관은 유효기간까지 최적의 진공 상태 유지를 위해 튜브 편심을 최소화하고, 정확한 용량의 첨가제 분사, 채혈을 위한 고무마개 경도의 최적화 기술들이 요구된다.
특히 방사선 멸균 공정이 필수적이고, 품질관리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는 "진공채혈관은 까다로운 제조기술과 품질관리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개당 100원에 불과해 수익성이 크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시장에 뛰어든 메디진ㆍ녹십자ㆍ에스피엠과 같은 국내 업체들이 사업을 철수하거나 부도가 나면서 현재 소야그린텍이 유일한 국내 제조업체가 됐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자칫 불모지가 될 뻔했던 진공채혈관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FDA 승인을 받은 소야그린텍의 최신 감마 방사선 멸균시설이 큰 역할을 했다.
소야그린텍은 국내 단 2곳에 불과한 감마 방사선 멸균시설을 갖춰 자체 생산한 진공채혈관을 멸균해 공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자사 진공채혈관을 자체 감마 방사선시설을 통해 멸균하는 회사는 벡톤디킨슨(BD)에 불과하다.
그는 "소야그린텍은 진공채혈관 생산부터 멸균공정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해 다국적기업과 비교해도 충분한 가격 및 품질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올해부터 진공채혈관 완제품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한 소야그린텍은 대학병원 진입을 준비 중이다.
서울대병원과 중대병원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통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
박재돈 회장은 "그동안 적십자 혈액원, 준종합병원, 보건소, 임상검사센터에 주로 제품을 공급해왔다"며 "외산과 비교해 품질은 물론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국산 진공채혈관을 대학병원에도 공급해 의료기기사업에 뛰어든 자존심을 지키고 국산 의료기기 우수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