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환경 개선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전문의 수련 규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주당 수련시간과 당직일수 등 수련환경 개선의 핵심 사안인 8개 항목에 대한 규정이 신설됐다.
수련병원이 전공의들의 주당 최대 수련시간과 당직일수, 휴가 등 8개 항목에 대한 수련규칙을 작성하고 이를 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수련병원 자격을 취소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맞춰 병원 신임위원회도 서둘러 수련지침을 마련해 전국 수련병원들에게 전달했다. 전공의 근무 시간을 80시간 이내로 조정하라는 주문이다.
이처럼 전공의 근무시간 상한제 등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왠일인지 일선 전공의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특히 3~4년차 전공의들은 오히려 개정안을 거부하고자 하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속사정을 모르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왜 이러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바로 근로시간 상한제가 오히려 의무 근로시간이 될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4년차 전공의도 80시간을 근무하라고 요구할 경우 이를 거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전공의 수련 문화는 흡사 우리나라의 군대 문화와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이등병과 일병 때 고참들의 일을 도맡아 하는 대신 병장이 되면 반대 급부를 보상받는 구조다.
지금까지 일선 수련병원에서는 1년차와 2년차에 100시간이 넘는 근무를 지속하는 대신 4년차는 기본적인 근무를 하다가 전문의 시험을 앞둔 3~4달은 모든 업무에서 열외돼 공부에 매진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상 병원과 전공의간에 또한 고년차 전공의와 저년차 전공의간에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던 셈이다. 결국 관행과 변화사이의 괴리인 셈이다.
그렇기에 이번 법안이 그 목적에 맞에 올바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신뢰와 양보가 최우선적인 과제다. 그동안 수련병원과 전공의간에 쌓여있던 불신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수련병원들은 법안의 취지에 맞게 수련환경 개선에 나서야 하고 전공의들은 이러한 의지를 믿어야 한다.
만약 수련병원들이 꼼수를 부린다면 전공의들의 극한 반발은 물론, 정부의 철퇴를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전공의들 또한 계속해서 변화를 거부한다면 10년의 기간동안 애써 만든 법안이라는 기반을 잃어버릴 수 있다.
변화는 불가피하고 관행은 영원할 수 없다. 이 과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믿고 한발짝 양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