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정도의 환자만 와도 눈만 부분마취하고 백내장 수술해도 되냐고 꼭 한번씩은 묻습니다. 교수로서 자괴감이 느껴져요."
대형병원 안과 의사의 하소연이다. 포괄수가제가 확대 시행된지 3달이 지난 지금 대학병원들이 이로 인한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개원가에서 적자가 예상되는 환자들을 모두 대학병원으로 전원하면서 계속해서 적자가 쌓여만 가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
대한안과학회 이상열 이사장(연세의대)은 "안과 영역에서 백내장 수술은 전체 수술건수의 40% 이상"이라며 "개원가에서 이러한 수술을 포기하는 것 자체가 제도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안과학회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개원가에서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던 백내장 수술이 포괄수가제가 실시되면서 대학병원으로 절반 이상의 환자가 쏠리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개원가에서 대부분의 백내장 수술을 포기하고 대학병원으로 전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부채질 한 것은 바로 마취료다. 현재 백내장 수술은 포괄수가제로 묶이면서 전신마취를 하던 부분마취를 하던 수가가 동일하게 책정된다.
현재 대학병원에서 전신마취를 할 경우 마취료만 35만원 수준. 전체 백내장 수가인 75만원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다.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는 셈이다.
A대학병원 안과 과장은 "75만원의 수가 자체가 부분마취를 하고 최소한의 행위를 했을 경우 수지를 맞출 수 있는 금액"이라며 "만약 전신마취를 하게 되면 35만원은 그대로 적자가 나는 셈"이라고 털어놨다.
이로 인해 대학병원들 또한 환자들에게 부분마취를 권유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환자를 거부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적자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이 과장은 "소아 환자는 어쩔 수 없지만 성인 환자는 상황을 설명하고 부분 마취로 진행해도 되겠느냐고 한번 쯤은 묻고 있다"며 "그럴때면 교수로서 부끄럽고 민망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병원에서의 압박도 견디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계속해서 적자가 나는 것을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교수들에게 딜레마를 갖게 한다.
B대학병원 안과 교수는 "안압이 급격하게 높아져 내원한 환자가 있어 응급실에서 MRI 등을 촬영하고 바로 수술에 들어갔는데 응급실에서 처치한 모든 비용이 삭감됐다"며 "이대로라면 아파 죽겠는 환자를 응급실에서 무조건 하루 이상 잡아놓고 다음날 수술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교수들의 변명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포괄수가제 수가를 책정할때 이미 논의한 사안이며 이같은 방법을 요구한 것이 학회라는 것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포괄수가제 논의 당시 전신마취 수술과 부분마취 수술을 구분하려 했지만 학회에서 한번에 수가를 책정하자고 건의했다"며 "지금 와서 이 부분이 잘못 됐다고 비판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