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칼잡이 전성시대가 있었다.
흉부외과와 외과 등 메스를 잡는 의사가 진정한 의사로 칭송받는 시대였다.
하지만 불과 십년 사이에 메스를 잡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시대가 왔다. 흔히 말해 피를 보는 전문과목은 기피과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메스에 매력을 느껴 외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있다. 특히 이중에서 여성 전공의들의 비율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빅5 병원 중 하나인 세브란스병원. 외과의 치프를 맡고 있는 김지예 전공의도 그중 하나다.
그렇기에 그는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당당히 외과 전공의 자부심을 드러내며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 전공의는 21일 "바이탈을 잡는 몇 안되는 과로서 외과의 매력을 느꼈다"며 "약이 아닌 나의 의술로 환자를 완치시켜 퇴원시킨다는 것은 외과 전공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과 전공의가 하는 일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외과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지원하라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이다.
김 전공의는 "외과에 지원하면 우선 병동환자 케어부터 처방과 치료 오더, 드레싱, 회진 준비, 수술방 어시스턴트, 학생 교육과 당직, 연구 등의 일을 하게 된다"며 "분명 나는 누군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될 만큼 바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학생 때는 왜 선배들이 나의 질문에 답하지 않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지만 4년차가 된 지금에 돌아보니 이를 답할 시간조차 없는 현실이 느껴진다"며 "역시 경험해 보지 못하면 알 수 없는 것이 전공의 생활"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과연 외과 전공의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그는 1년차와 3년차의 생활을 비교하며 세세한 스케줄을 공개했다.
외과 1년차 전공의. 그의 생활은 새벽 5시 30분에 시작된다. 5시 30분부터 7시까지 병동의 환자들을 파악하고 7시부터는 이에 대한 컨퍼런스에 들어간다.
이후 8시부터 9시까지는 교수들의 회진에 같이 참여하며 9시부터는 오더와 컨설트를 낸다. 이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병동을 담당하거나 수술방에 보조로 참여한다.
오후 5시부터 6시까지는 오후 외진을 돌고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는 병동을 돌며 수술 경과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거나 최소한의 처방을 내린다.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공부를 하거나 교수가 지시한 논문 준비를 진행하며 이후에는 당직 콜을 대기하며 선잠에 들어간다.
이후 외과 3년차가 되면 생활이 다소 바뀐다. 우선 6시로 기상시간이 바뀌고 환자 파악도 후배들이 해놓은 일을 검토하는 선에서 그친다.
또한 회진은 함께 돌지만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는 대부분 수술방에서 지낸다. 교수들의 제2 어시스트를 맡기 때문이다.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후배들이 내린 오더를 파악하며 점검에 나서고 9시부터는 자신의 공부를 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김 전공의는 "분명 외과 전공의는 수많은 콜과 응급실 환자 케어, 응급수술 등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그만큼 환자를 살린다는 보람으로 뿌듯한 나날"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경험을 적극적으로 임하며 실습에 임하라고 조언하고 싶다"며 "또한 선후배와 간호사 등 동료와 함께 한다면 외과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