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이는 아마도 서울대병원 김원곤 교수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를 단순히 흉부외과 의사라고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DR 미니어처의 아는 만큼 맛있는 술' '50대에 시작한 4개 외국어 도전기' '영화 속의 흉부외과' '세계 지도자와 술' 등 그의 저서가 그 증거다.
그는 작년 60세를 앞둔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미 누드 사진집 '몸과 혼(魂)'을 통해 그동안 갈고 닦아 온 몸매를 과시했다.
이렇게 보면 병원은 뒷전이고 매일 딴짓(?)을 하는 것 같지만 그는 흉부외과 교수로서 8권에 달하는 전공서적을 펴낸 의학자이기도 하다.
이쯤되니 그의 24시간이 궁금해진다. 그는 어떻게 이 많은 것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 그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다들 나를 목표의식이 굉장히 뚜렷하거나 야심과 포부가 흘러 넘치는 사람으로 보겠죠? 하지만 저는 그저 인생을 즐기는 것 뿐입니다."
그는 '낭만적 낙천주의자'라는 수식어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인생을 치열하게 살기보다는 낭만을 즐기며 매 순간 순간의 행복을 즐긴다고.
화려한 이력과 대조적인 인생관이 그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의사의 낭만을 추구하면서도 다양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한번 시작하면 그칠 줄 모르는 성격 덕분이었다.
"운동도 그렇고 외국어도 그렇고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어서 시작했던 건 아니에요. 우연한 기회에 그저 재미있고 좋아서 시작했지만, 중단하지 않고 계속하다보니 어느새 책까지 쓰게 된 거죠."
그는 고등학교 시절 럭비선수로 전국 준우승을 거머쥘 정도로 어릴 적부터 체력이 좋았다.
의과대학 시절에는 씨름부 선수로 활약하며 당시 이례적으로 모든 전공과를 제치고 우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또 4개 외국어를 하게 된 것도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됐다.
평소 술을 즐기는 그는 와인병에 적힌 프랑스어를 제대로 읽고 싶어서 시작했다가 불어의 매력에 깊에 빠져들었다.
또 불어 발음 때문에 답답해하고 있을 때 스페인어는 그나마 쉽다는 얘기에 덜컥 스페인어 학원에 등록을 했고, 어느새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일어와 중국어도 마찬가지다. 그는 수년 전, 병원이 토요일 휴무제를 도입하자 뭔가 새로운 것을 배워볼까 하는 생각에 일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일어가 익숙해져갈 때쯤 주위에서 한자를 알면 중국어가 쉽다는 말에 중국어를 시작해 어느새 4개 외국어가 능통하게 됐다.
"어쩌다보니 4개 국어를 하게 됐을 뿐이에요. 처음부터 4개 국어를 해야겠다는 목표는 없었어요. 다만 시작한 것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했을 뿐이죠."
결국 지난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주중엔 스페인어와 불어 학원을, 주말엔 중국어와 일어를 배우고 있다.
그가 즐기는 운동(헬스)과 술도 이런 식이다. 젊은 시절부터 운동(헬스)은 계속해왔고 술 또한 워낙 좋아해 매일 집에서 한두잔씩 즐기다 보니 전문가 수준이 됐다.
그리고 수집과 정리, 기록, 보관 등을 즐기는 그의 성향은 그의 취미를 보다 '프로페셔널'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외국어나 영화, 역사에 대한 관심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수년 간 관심을 쏟고 관련 자료를 모으다 보니 책을 낼 정도로 전문가가 됐다고.
그는 그동안 운동을 지속해온 경험을 정리해 내년 초 또 한권을 책을 펴낼 예정이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있는 '시간 관리법'에 대해서도 책을 준비하고 있다.
"몇년 전부터 의대교수가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는 게 신기했던지 방송국은 물론 출판사에서 계속 연락이 옵니다. 특히 저의 시간관리법에 대해 관심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뭘까 생각하다보니 책으로 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준비하고 있답니다."
자신의 스케줄을 '바늘 하나 들어올 틈도 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바쁘게 보내고 있는 그는 5년후 어떤 인생 2막을 계획하고 있을까.
"정년 이후에 계획이요? 그런 건 없어요. 하지만 인생의 낭만을 즐기며 즐겁게 보내고 있을 것은 분명해요."
그의 제2의 인생이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