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년 역사의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가 사상 처음으로 좌파로 잘 알려진 보건의료노조와 손 잡고, 원격진료와 영리병원 저지에 나섰다.
의협은 27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치과의사협회(회장 김세영), 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 약사회(회장 조찬휘), 간호협회(회장 성명숙),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유지현)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였다.
노환규 회장은 "전체 보건의료단체와 보건의료보조까지 함께 공동 선언문을 채택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또 노 회장은 "원격진료, 영리병원이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료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혀 협의 없이 졸속으로, 그것도 경제부처가 추진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노 회장은 "이 같은 관치의료는 의료시스템 선진화의 장애"라고 못 박았다.
6개 단체는 공동 결의문을 통해 "보건의료 가치를 훼손하고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허용 등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정부는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경제부처가 중심이 돼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보건의료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경악하고, 분노한다"면서 "이에 대해 정부는 정중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이들 6개 단체는 올바른 보건의료정책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독립적인 보건부를 신설하라고 요구하며, 공동으로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보건의료단체와 시민단체가 원격의료, 영리병원 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은 "진주의료원 강제 폐업 반대 투쟁에 보건의료단체가 동참해 보건의료체계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한 점이 오늘 공동 기자회견으로 이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의협이 대표적인 좌파로 알려진 보건의료노조와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한 것은 사상 처음이며, 그만큼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지현 위원장은 "진주의료원 사태 이후 의협이 의료 양극화와 산업화에 대해 문제 제기하면서
의협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서 "보건의료제도를 바로 잡는 출발점"이라고 단언했다.
노환규 회장 역시 "보건의료단체와 보건의료노조는 모두 보건의료인"이라면서 "의료가 망가지는 것을 방치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를 막기 위해 힘을 합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