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사장님이 긴급 발표를 하신단다.
무슨 일일까. 걱정부터 들었다. '긴급'이라는 것은 항상 안 좋은 일에 단골 손님처럼 쓰이는 단어 아닌가.
회사에 안 좋은 일이 터졌고 나에게도 나쁜 부메랑이 날라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동료들도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사장님이 입을 열었다. 순간 여기저기서 '이게 뭐야'라는 수근거림이 들려왔다.
"여러분 내부 규정(CP, Compliance Program) 잘 지키세요."
사장님 발표는 이렇게 싱거웠다.
며칠전 모 제약사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제약업계가 리베이트 단속에 여념이 없다.
특히 개별 리베이트가 존재할 수 있다고 판단, 공정경쟁규약보다 더 엄격하다고 알려진 내부 규정 준수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교육하고 있다.
H사 영업사원은 "회사에서 수시로 내부 규정 교육을 한다. 사장님 긴급 발표도 그 일종이었다. 리베이트가 터지면 이미지 타격은 물론 약가인하 등으로 경영이 크게 악화될 수 있어 회사가 리베이트 문제에 예민해져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위기는 업계 전반적으로 퍼져있다. 바이엘 친구 한 명도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아 지금 10일간 정직 상태다. 큰 잘못도 아니고 영업하다가 조금 더 잘하려고 한 것 뿐인데 돌아온 것은 냉정하게도 정직이었다"고 귀띔했다.
실제 바이엘은 최근 내부 규정을 어긴 직원 수십명을 정직 처분했다.
이토록 제약업계가 직원 관리에 힘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같은 시기에 리베이트를 하다 적발되면 약가인하 등의 이중삼중 처벌로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국내 D제약 PM은 "영업사원 평가는 실적이다. 거꾸로 말하면 언제든 실적을 위해 리베이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약업계가 지나칠 정도의 내부 규정을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