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화상 전문의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진료체계가 붕괴된 것이지요. 서둘러 진료지침을 만든 것은 환자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 셈입니다."
대한화상학회 양혁준 이사장(가천의대)은 국내 화상 진료체계의 문제점을 이같이 지적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더이상 학회나 일선 의료계의 힘으로는 지켜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만큼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양 이사장은 "이미 화상 전문의들이 미래를 비관해 속속 이탈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제는 전국에 제대로 된 교육기관조차 없어진지 오래"라며 "올해 화상 전문의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학회 차원에서 서둘러 진료지침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최소한 화상 진료체계의 기틀은 지켜야겠다는 몸부림이다.
이에 따라 학회는 우선 병원 전 단계 치료법에 대한 프로토콜부터 병원 단계, 이어 화상 전문센터 단계까지 3단계에 이르는 진료 프로토콜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양 이사장은 "화상 전문병원과 센터는 물론, 전문의가 점점 더 줄어들다 보니 이제는 규모 있는 병원들조차 화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화상은 초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최소한 119 구급대 이송부터 병원 응급실에서 처치해야 할 기본적인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보급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소한 화상 전문병원이나 센터에 오기까지 응급처치는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결국 화상 전문병원과 센터, 전문의를 확보할 수 없다면 최소한 일선 응급실에서 초기 처치라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홍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 또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대로 화상 전문의와 센터가 줄어간다면 결국 화상환자를 받아줄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학회가 권역외상센터에 화상 유닛을 구성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중증 화상 또한 외상인데 이를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는 지적이다.
양 이사장은 "권역외상센터 설립 규정에 화상 유닛이 포함됐다가 갑자기 빠져버렸다"며 "중증화상도 외상인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만약 권역외상센터에 화상 유닛이 포함되면 정부가 논의중인 화상 전문병원이나 센터 활성화 대책이 자연스레 해결되는 것"이라며 "또한 전국 규모의 화상전문병원 또한 굳이 필요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예산 절감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