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기시험 4년 째, 학생들이 질문을 달달 외워서 시험을 치르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이윤성 의사시험위원회 위원장(서울의대)은 최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실기시험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기시험을 도입한 취지는 달달 외우는 필기시험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겠다는 것.
하지만 의대생들은 어느새 임상실기 시험도 필기시험과 다를 바 없이 암기해서 치르고 있다는 게 이 위원장의 지적이다.
실제로 실기시험 도입 첫해인 2010년, 생소한 시험에 적응을 하지 못한 의사국시 응시생들이 고배를 마시면서 전체 합격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이후 의대생들은 실기시험을 대비해 다양한 준비를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에 대한
친절을 글로 배우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응시생 중에는 별로 진심이 담기지 않은 표현이나 멘트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예를 들면 백화점 직원들이 고객을 응대하듯 하는 건데 굉장히 눈에 거슬리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응시생들은 환자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대화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자신이 암기한 질문을 모두 쏟아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느낌"이라면서 "이는 오히려 총점 평가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적어도
백화점 점원이 의무적으로 고객을 응대하듯 환자를 대해선 안된다는 게 그의 생각.
그는 "실기시험은 정해진 멘트만 달달 외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지 태도를 보기 위한 시험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다시 말해 응시생이 체크리스트에 기재된 질문 10가지를 모두 던졌다고 해도 환자와 아이컨택도 없이 질문만 열심히 했다면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실기시험 평가의 주관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점 기준을 객관화하다 보니 응시생 입장에서도 일부 암기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일부 인정했다.
그는 "실기시험에 대한 평가기준을 객관화했지만 취지는 환자를 어떻게 진료하는지 보기 위함으로 시험장에서도 환자를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는지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