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걸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의료계에도 '새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녀석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급여 정신과 일당정액수가, 노인 외래환자 본인부담금 정액 등이다.
이들은 각각 6년째, 13년째 제자리걸음중이다.
의료계는 제자리걸음이 의료의 질 하락을 불러오고, 피해는 결국 환자만 볼 것이라며 수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제자리걸음에 따른 경영난도 호소하고 있다.
정신의료기관협회 관계자는 "정신과는 입원 환자 80% 정도가 의료급여 환자이기 때문에 정액수가로 인한 재정적 타격이 상당히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영난으로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선택을 한 원장도 있고, 문을 닫는 병원도 속출하고 있다. 생존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노인 정액제도 마찬가지. 65세 이상 노인 외래 본인부담금은 1만 5000원에 고정돼 있다. 이 액수가 넘어가면 환자본인부담금이 더 높아진다.
건강보험 수가 인상분을 더하면 진찰료만 1만3000원을 넘는다. 여기에 주사값과 약값까지 더하면 1만 5000원은 쉽게 넘어버린다.
일부 노인들은 병의원이 일부러 돈을 더 받는 것으로 오해하고 도둑놈이라는 소리까지 한단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해 정액제를 1만 9000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검토 중"이라는 단골 답변만 무한 반복하고 있다.
해마다 물가도, 건강보험료도, 인건비도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녀석들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