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대표자들이 3월 3일
총파업을 선언하며 대정부 투쟁에 들어갔다.
의협은 11일 협회에서 전국 의사 대표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라톤 논의를 거쳐 12일 오전 1시 40분 경 총파업을 선언했다.
의협의 요구조건은 이미 누차 발표한 바와 같이 ▲원격진료 철회 ▲영리병원 추진 반대 ▲왜곡된 건강보험제도의 근본적 개혁 등 3가지다.
원격진료와 관련, 복지부는 거동이 불편해 매번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노인, 장애인, 벽오지 주민 등이 집에서도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협은 정부가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노환규 회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주장은 실제와 다르다"고 못 박았다.
노 회장은 "예들 들어 만성질환 경증환자를 중심으로 원격진료를 하겠다고 하는데 전체 환자의 70%가 여기에 속하고, 나를 알고 있는 의사가 원격진료와 대면진료를 겸하도록 한다고 하면서 초진환자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의협은 원격진료가 마치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처럼 복지부가 홍보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왜곡된 정보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영리병원에 대해서도 복지부와 의협 주장이 엇갈린다.
복지부는 의료법인이 영리 자법인을 설립, 현재도 하고 있는 부대사업 범위를 의료기기 개발, 해외환자 유치, 해외의료 진출 등으로 확대하는 것일 뿐이어서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의협은 정부가 건강보험제도의 잘못된 구조를 그대로 방치한 채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려는 것은 편법 운영을 획책하는 정책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의협은 정부가 원격진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하고, 이를 국회에 제출할 경우 일차적으로
반나절 휴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또 의협은 원격진료, 영리병원 정책을 철회하거나 의료계가 동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선한 후 새로운 형태의 의정협의체를 구성, 건강보험제도의 근본적인 개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의협은 건강보험제도의 근본적인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아젠다를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공보험의 정상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개선, 수가결정구조 개선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협은 여당을 포함한 일각에서 의료계가
수가 인상을 위해 총파업을 단행하려고 한다는 주장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노 회장은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그렇게 몰아가는 게 편하지 않겠느냐"면서 "만약 의료계가 수가 인상을 요구했다면 벌써 협상을 시작했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런 악의적인 여론몰이에 대응하기 위해 2년간 수가를 동결하겠다는 선언을 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노 회장은 "현 건보제도는 민간병원에 공공의료를 떠맡기는 상황이며, 보험진료에 대해서는 원가 이하의 저수가를 주며 값싼 의료를 강요하고, 비급여, 비보험진료에 대해서는 환자들에게 의료비 폭탄을 안기며 의료기관에 손실을 보존하라고 유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노 회장은 "의사와 환자 모두
값싼 의료를 강요받고 있기 때문에 공보험을 탄탄히 하고, 건강보험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라는 것"이라면서 "이는 수가를 얼마 올려달라는 단기 요구가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의협은 정부가 원격진료와 영리병원 정책 추진을 철회하고, 왜곡된 건강보험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한 대정부 협상에서 진전이 없으면 3월 3일을 기해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의료계 대표자들이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의협은 전체 의사 회원의 뜻을 물어 과반수 이상이 찬성할 경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의협은 최근 의사 39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9.68%가 원격진료에 반대하며, 82.42%가 이를 막기 위해서는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응답하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
다만 의협은 "협상의 진행상황에 따라 총파업을 유보할 수 있다"며 우선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노 회장은 이번 총파업 결의가
비정상의 정상화, 가치전쟁이라고 단언했다.
노 회장은 "현 건강보험제도는 비정상적이며, 싸구려진료를 강요하고 있으며, 국가는 생색만 내고 있다"면서 "왜곡된 건강보험을 제대로 만들자는 것은 바로 박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비정상의 정상화, 가치전쟁과 일치한다"고 환기시켰다.
의사들이 진료가치를 바꾸기 위해 투쟁에 나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