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 간협 회장으로 살아온 18년 동안 주말 부부로 살았어요. 이제는 손자 재롱도 보고 해야죠."
지난 2년간 30만 간호사의 수장으로 간협을 이끌었던 대한간호협회 성명숙 회장이 자리를 내려놓고 한 남자의 아내로, 어머니로, 할머니로 돌아간다.
역대 회장들이 대부분 연임을 했던 만큼 한번 더 자리를 이어가고 싶은 욕심을 없었을까. 더욱이 간호법 제정 등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터라 더욱 그렇다.
"회장에 취임하는 순간부터 절대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2년간 후회없이 열심히 일하고 과감하게 자리를 내려놓은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간호법 제정과 간호인력 개편안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그에게 연임을 권유하는 임원들도 많았다. 그러나 결국 그의 의지를 굽히지는 못했다.
성 회장은 "만약 연임을 하게 되면 그동안 사심없이 일해온 모든 순간들이 의심받지 않겠느냐"며 "같이 사업을 진행했던 부회장이 일을 이어 갈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전했다.
다만 그에게도 분명히 아쉬운 부분은 있다. 우선 지난해 사력을 다해 추진했던 간호단독법 제정을 마무리 하지 못한 것은 못내 회한으로 남는다.
성명숙 회장은 "간호사와 국민 사이에 쌍방향 소통 시스템 마련 등 취임 당시 약속했던 공약 사항은 대부분 지켜내 뿌듯한 마음이 있다"며 "하지만 간호법 제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회장직을 끝내야 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만으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나보다 더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회장이 간호계의 숙원을 이루어 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2년간의 시간.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일까.
그는 잠시의 고민도 없이 천안 집회라고 말을 꺼냈다. 간협의 이름으로 전국에서 3천명의 간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 너무나 큰 감동이었다고 회고한다.
"천안 집회에서 발언을 위해 단상에 올랐을 때 끝도 없이 보이는 간호사 가운을 보면서 가슴 밑바닥부터 벅찬 감동이 밀려들어 왔어요. 밤잠 못자면서 준비한 보람도 들고.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꺼에요."
이러한 기억을 뒤로 하고 그는 이제 한 사람의 여자로 돌아간다. 이미 대학에서는 정년을 마치고 회장직을 맡은 터라 아무런 미련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간호대 교수로, 간협 회장으로 활동하는 18년 동안 주말 부부로 살았어요. 주말 부부이자 주말 가족이었죠. 사실 정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회장을 맡으며 2년이 늘어난 거에요. 이제는 손자 재롱도 보고 저녁도 차리면서 살고 싶어요. 나도 간호사 이전에 여자잖아요."
지난 20년간 간협 섭외공보부장으로, 이사로, 감사로, 나아가 회장으로 일하며 일생을 간호협회와 함께 살아온 성명숙 회장. 그런 그이기에 간협은 그를 쉽게 놓지 못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