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발표한 의료법인 투자활성화 대책이 자칫 민간보험사의 병원 설립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회진보연대 정책위원회
김태훈 정책위원은 20일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의 수혜 기업은?'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정책이 결국 의료 민영화를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민간의료보험사나 IT의료기기, 제약산업에 진출하는 재벌기업이 병원과 공동으로 출자한 자회사 설립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의료법인의 투자활성화 대책은 민간의료보험이 병원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결국
재벌기업이 의료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투자활성화 대책은 의료법인이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도 부대사업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이는 민간보험사와 병원이 공동출자한 해외환자유치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즉, 민간보험사와 병원이 긴밀한 사업파트너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미국의 민간의료보험사와 동일한 사업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훈 정책위원은 재벌 기업이 IT의료기기, 제약, 병원물류산업에 진출할 경우 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만 해도 의료기기와 바이오제약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 이후 대형 의료기기업체를 인수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 6천억원 투자를 받았다.
그는 "이처럼 재벌기업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을 감안할 때 의료법인의 자회사 허용은 재벌기업의 새로운 먹거리만 제공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허용은 곧 병원에 영리 목적의 투자와 배당을 가능하도록 해주는 것으로, 결국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차병원그룹의 (주)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운영하는 검진센터인 차움센터를 그 예로 들어 설명했다.
투자활성화 대책에 따라 (주)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차병원그룹의 실제 지주회사인 성광의료법인의 자회사가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부대사업이나 해외의료수출 사업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성광의료법인의 지배구조는 더 확고해질 것이고 차병원과 (주)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재정과 운영을 통합할 수 있다.
이는 곧 차병원그룹 내부에 비영리법인과 영리법인인 주식회사가 상호출자가 가능해지는 것으로 차움센터는 기형적 형태의 영리병원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더 문제는 다른 병원이 이 같은 형태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하면 과잉경쟁으로 이어져 의료비 상승과 의료기관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민영화는 유언비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의료법인의 자회사 허용은 우회적인 방식으로 병원에 영리적 목적의 투자와 배당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영리병원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