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인력 개편안으로 시작된 간호계의 내분이 이제는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사직 선출에 대한 대한간호협회 정관을 두고 간협과 국민건강 수호를 위한 간호사 모임(건수간)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내달 18일로 예정된 간협 대의원 총회에 제동이 걸린 것.
건수간 소속의 연세대 간호대학 김선아 학장은 최근 간협이 선거 규정을 불합리하게 해석해 자신의 후보 등록을 막았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간협 임원 선거 중지 가처분과 소장을 접수했다.
김 학장은 "간협이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당하게 추천을 받은 이사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면서 "이에 대한 이의 신청을 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정당한 법률적 해석을 받기 위해 소장과 더불어 간협 임원 선거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임원 후보의 자격에 대한 조항이다.
간협 선거 관리 규정에는 이사 등 임원의 자격으로 5개 지부 이상의 추천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 전국 17개 지부 대의원들은 협회장과 감사, 8인의 이사 후보 명단과 추천 동의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간협 선관위가 당초 5개 지부의 추천을 받아 이사 후보로 선출된 김 학장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면서 일어났다.
간협 선관위가 제기한 문제는 바로 강원 지부의 후보 추천 명단 수.
선거 규정에 8인의 이사 후보 명단을 보내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강원 지부는 후보를 6명 밖에 보내지 않았으므로 이를 무효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선관위의 결정이다.
결국 강원 지부를 포함해 5개 지부의 추천을 받은 김 학장의 후보 자격도 자동으로 박탈된다는 것이 선관위의 해석.
하지만 김 학장은 이러한 해석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2개 지부에서도 후보 명단을 7명 밖에 보내지 않았지만 이는 모두 정당한 추천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학장과 강원 지부 대의원 등 16명은 자의적인 정관 해석으로 대의원의 권리, 즉 후보 추천권과 이사 선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특히 오는 2월 18일 신임 회장과 임원진을 선출하기 위한 대의원 총회가 예정된 만큼 우선 이를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도 신청해 놓았다.
김 학장은 "법률자문을 받아본 결과 이는 명백히 불합리한 결정"이라며 "협회 선거 규정에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건수간은 간협 선거 방식을 직선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27일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4개 병원이 주최한 '간협,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최경숙 간호협회 이사는 "간협 회원들은 현재 회장 선거에 아무런 의견도 낼 수 없도록 봉쇄돼 있다"며 "특히 회장 선출의 권리를 가지는 지부와 본회 대의원을 선출하는데도 일체의 선거권이 없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현정희 간호사(서울대병원 노동조합 분회장)는 "회비를 내는 간협 회원들이 임원 선출 과정에 참관조차 할 수 없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전환하는 것만이 권리를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간협은 후보 자격 박탈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이뤄졌으며 규정에 위배되는 것도 없는 만큼 대의원 총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전환하는 것은 20만명이 넘는 회원 수를 감안할 때 시간적, 경제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간협 관계자는 "김 학장에 대한 이사 후보 자격 박탈은 간협의 규정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며 "또한 만약 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전환한다면 회비 인상 등의 조치가 불가피한 만큼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