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격진료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학회가 이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서 주목된다.
선진국조차 극도로 이용을 제한하고 있는 원격진료를 기준이 애매한 적응증에 도입하는 것은 심각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다.
대한의학회는 28일 '선진국의 원격진료 현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지적하고 원격진료 허용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의학회는 우선 가장 가까운 선진국인 일본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은 40년 전부터 의사와 의사간 원격의료를 허용해 왔지만 의사와 환자간 원격진료는 의사법 제20조로 엄격하게 금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인구 고령화와 대지진, 방사능 유출로 의사를 직접 만나기 힘든 환자가 늘어나면서 2011년 3월 원격진료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의 원격진료법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의 원격진료와 크게 차이가 있다는 것이 의학회의 지적이다.
우선 의사가 직접 장기간 추적 관찰하지 않았던 환자를 원격진료하는 것을 법으로 제한했다.
또한 장기간 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 온 만성질환 환자로 병의 상태가 매우 안정적이며 응급상황시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진 것을 증명해야 원격진료가 가능하다.
특히 의료사고 발생시에는 의사와 환자, 보호자, 네트워크 기술자 모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명시했고 의사는 원격진료를 시행했더라도 대면진료와 같은 의무기록을 남겨야 한다.
이처럼 엄격하게 원격진료 대상을 제한하면서 일본은 후쿠시마 방사선 오염지역을 비롯해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의학회는 미국과 유럽 등의 나라에서도 원격의료는 의사와 의사간의 정보 교환으로 운영될 뿐 의사와 환자간 진료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고비용 구조와 의료사고 위험성, 개인정보보호 등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의사는 물론, 환자들도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학회는 "대다수 선진국들은 의사와 환자간 원격진료를 신중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추진중인 원격진료는 거동이 어려운 노인,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등까지 포함한 매우 광범위하고 기준이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안정성과 효율성이 입증된 바 없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의사와 환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의학회는 원격진료로 인한 비극을 막기 위해 일본의 사례를 좀 더 명확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의학회는 "일본이 왜 이러한 엄격한 적응증을 만들 수 밖에 없었는지, 또한 40년전부터 원격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의사와 환자간 원격진료를 막았는지 등의 이유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며 "국내 전문가들의 신중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