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지시를 받지 않고
보험가입자를 방문해 채혈 등을 한 간호사 114명에 대해 복지부가
자격정지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은 처분이 과하다며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C의원에서 전국적인 방문진료 서비스를 해 온 간호사 114명에 대한 1개월 15일 자격정지처분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인 B씨는 1997년부터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간호사들이 보험가입자를 방문해 혈압검사, 요검사, 신체계측,
채혈 및 문진 등을 하도록 한 후 건강검진 결과를 보험사에 통보하는 '파라메딕 서비스'를 실시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들 간호사를
보건범죄단속특별조치법 위반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의사의 지시 및 관리 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보험가입자를 눕게 한 후 채혈하는 등을 한 것은 불법 단독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들이 기소유예처분을 받자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따라 1개월 15일 간호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통보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해당 간호사들은 "파라메딕 서비스는 보험가입의 적격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할 목적으로 한 것이어서 의료법에서 규정한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간호사들은 "의사인 B씨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지도 감독 아래 파라메딕 업무를 수행했다"며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험가입자들의 신체로부터 혈액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감염, 혈관손상, 과다채혈, 응고과정에서의 돌발 상황 발생 등 사람의 생명, 신체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어 채혈행위는 그 자체로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법원은 이들이 의사의 지도 감독 아래 이같은 의료행위를 했다는 간호사들의 주장도 기각했다.
법원은 "간호사들이 전국에 포진해 있고, 그 숫자 역시 100명 정도여서 지역적으로나 인원수로나 의사 1명이 이들을 모두 감독, 관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원은 "채혈과정에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처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간호사들이 한 채혈 등의 의료행위가 의사의 충분한 지도 감독 아래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원은 이들에 대한 행정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파라메딕 서비스는 1997년경 국내에 도입된 새로운 방문건강검진 서비스로서 사회적 효용성, 시장규모 등에 비춰 의료법 등 관계법령에서 체계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까지 이에 관한 연구나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법원은 "복지부는 2008년경 파마메딕 업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10년 이상 파마메딕 서비스에 대해 아무런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고, 대법원은 2012년경에야 이런 서비스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법원은 "이후 복지부는 의사의 지도 감독 아래 이뤄진 파마메딕 서비스의 적법성을 인정하는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현재까지 의사의 지도 감독의 방법, 내용 등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법원은 이들 간호사가 이 사건 의원에서 방문간호사로 활동한 것에 불과할 뿐이어서 위반 정도가 크지 않아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했다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