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밤까지 환자 진료에 매진했다. 주말, 휴일을 가리지 않고 몸바쳐 일했다. 그렇게 10년이 넘었다. 그동안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니 자괴감이 든다."
"선택진료 의사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은 단순히 월급이 깎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해당 전문의가 쌓아온 경험을 무시한 것이며 더 이상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지난 11일 복지부가 발표한
3대 비급여 개선안에 대한 현직 선택진료 의사들의 반응이다.
지금까지 보람과 자부심으로 주말진료도 마다하지 않았던 의료진들이 정부의 선택의사 축소에 대한 거부감을 넘어 극심한
자괴감을 토로하고 있다.
선택진료 의사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선택진료 수당 이외에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인 만큼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게 이들 의료진의 공통된 생각이다.
빅5병원의 한 교수는 "지금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술을 한다. 하지만 정부가 10년차 이상의 의료진을 전공의와 다를 바 없게 생각하는데 누가 몸바쳐 일하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선택진료 의사를
30%까지 줄이는 것은 선택진료의사 폐지 전단계와 다를 게 없다. 이는 전문가집단에 대한 엄연한 공격"이라면서
의료진의 사기를 저하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대형병원 교수는 "내가 하는 수술과 전공의가 하는 수술을 동일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냐"면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그만큼만 일하면 되는 게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문제는 의료진의 사기저하는 진료 및 수술에 대한 열정 감퇴로 이어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환자의 편의를 위해 3대 비급여 개선안을 발표한 정부의 취지는 무색해지는 셈이다.
실제로 일부 의료진들은 벌써부터 진료에 대한 비중을 줄이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모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진료 대신 연구에 집중하는 교수가 나올 수 있다"면서 "안 그래도 요즘 환자 진료민원도 많아지고 진료에 대한 부담도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진료를 접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자를 많이 진료해봐야 몸만 축나는데 어떤 의사가 밤낮 없이 일하겠나. 하루 평균 진료 환자 수는 감소할 것이고 이는 결국 환자 대기시간 연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를 일부 의료진의 기우라고 치부할 일은 아니다.
환자단체는 교수들과 이유는 다르지만, 선택진료 의사를 대폭 축소하면 결과적으로 중증환자의 대기시간이 길어져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의사들의 박탈감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다만 환자들은 줄어든 30%에 해당하는 선택진료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어할 것이고 이는 충분히 중증환자를 치료할 능력이 있는 의료진까지 경시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실 5년 이상 된 전문의라면 중증환자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췄지만 선택진료 해당 의사만 인정받고 있다"면서 "이를 더 축소하면 환자들은 몇 안되는 선택진료 의사를 찾아 줄을 서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